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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 대표님과 잡담 삼매경

펭찐 2022. 10. 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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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획 단계가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기획을 하면서 디자인이 필요한 영역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들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기로 하였고,

따라서 오늘은 기획서에 협업을 위한 각주를 달고 있었다.

앞으로 개발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문제이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지 정말 얼마 되지도 않았다.

배워야 할 건 많은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책을 보며 예제를 기반으로 대충 해보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춥고 쌀쌀한 아침이었다.

그러나 어제만큼 그렇게 칼바람이 불지는 않았다.

엄청 추울 줄 알고 안에 옷을 몇 겹을 더 입고 나왔는데,

오히려 더워져서 땀을 흘리면서 출근을 하였다.

게다가 정신없이 아침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하다 보니까

약간 숨이 벅차서 그런 것도 있었다.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늘 그래 왔듯, 항상 잠겨 있는 사무실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도 역시나 오전 시간 동안에는 나 홀로 사무실에 계속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나는 기획서에 보충이 필요한 부분들에 한하여

옆에다가 각주를 열심히 달고 있었고,

그렇게 시간을 계속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었다.

 

앞으로 갈수록 날씨는 점점 추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따뜻한 국물을 먹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여기저기 식당들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눈에 들어온 가게들 안에 있는 메뉴판을 살며시 보자마자

'음... 그럼 그렇지...' 하며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가성비 좋다는 국밥도 9,000원씩이나 한다.

이제 더는 옛날의 가성비의 대명사인 국밥이 아니었다.

한 끼 먹는데 무슨 9,000원을 주고 먹는단 말인가.

거의 한 시간 일하고 받는 알바 수당과 맞먹는 가격이다.

 

혼자 사는 나에게는 철저한 돈 관리는 필수다.

게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위한 계획을 위해서라도

쓸데없이 돈을 함부로 낭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돈이 궁하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받지는 않는다.

충분히 혼자 지내는데 여유가 있다.

다만 훗날 일어날 일은 그 누구도 모르기에 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 위와 같은 이유에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집으로 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이사한 집은 사무실이랑 가깝기도 하고 말이다.

애초에 월세가 부담스러웠던 점도 있었으나,

겸사겸사 이를 위한 이사였으니 말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반찬이 보였다.

그냥 집에서 먹자고 생각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집에서 대충 밥을 챙겨 먹은 뒤, 양치질을 하고 나서

나는 여유롭게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일 처리는 어느 정도 다 된 것 같았다.

기획도 다 마쳤으니, 나는 프로그래밍 책을 보면서

사전에 지식을 좀 습득을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일들은 더 많아질 것인데,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하니 말이다.

 

열심히 혼자 독학을 하고 있던 와중, 대표님께서 출근하셨다.

"흔찐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흔찐씨 혼자 계셨네요."

다른 회사 사람들은 이번 달에 스케줄이 정말 빡빡한 것 같았다.

이번 달에 결혼한다는 사람도 있어서 식을 올리느라 못 온 사람도 있고,

여기저기 출장과 외근 때문에 못 오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애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일찍 못 오는 사람들도 있다.

무튼 내가 다니는 이곳은 업무환경이라든가 복지 수준은 굉장히 좋다.

쉴 때는 쉬게 해 주고, 필요하면 자택 근무도 시켜주고,

출퇴근도 눈치 안 주며 자유로운 분위기다 보니까

상술한 이유 때문에 사내 분위기가 굉장히 좋은 것 같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에는 대표님과 나 이렇게 단 둘이 사무실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찐따인 나에게 이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지만,

인간은 적응의 생명체라고 누군가가 말했듯,

약간 사회생활에 대한 짬(?)이 차다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대표님께 기획서에 추가된 내용과 각주를 다시금 보여드리고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사전 예습을 하고 있었다.

 

"흔찐씨, 들어볼래요? 아니 글쎄... 제가 이번에 받은 프로젝트가 말이죠..."

대표님께서는 말이 많으신 분이다.

단순히 인상으로만 봤을 때는 인자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호쾌하고 호탕하신 면도 조금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내가 앞서 이 블로그에 사회생활 일지를 쓰면서

대표님이 유비와 조조가 겹쳐 보인다고 한 것이었다.

인상이 무서워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카리스마가 없는 것도 아니다.

뭐... 그냥 누가 봐도 업무에 대한 짬(?)과 경력이 상당하신 분처럼 보인다.

 

처음에 나에게는 이러한 대화가 굉장히 어색했기에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그저 "예... 그렇군요..."

이렇게 대답하거나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옆에서 라디오 켜놓고 듣는 것 같이 느껴진다.

대표님도 나처럼 삼국지 덕후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삼국지 이야기를 했다.

"흔찐씨도 코에이 삼국지 좋아한다고 하셨나요?"

뭐, 이 블로그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7로 입문하였다고 말씀드렸었고,

대표님은 2부터 시작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삼국지 13까지 나왔나요?"

"아니요, 14까지 나왔는데, 저한테는 딱히 재미가 없어서

아직 13을 주로 플레이하고 있어요."

"하하하, 그렇구나. 세월이 정말 빠르긴 하네요.

저는 그거 있잖아요, 그거... 삼탈워 사서 해봤어요."

 

어느덧 대화의 분위기는 게임 이야기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흔찐씨, 이번에 스팀에 새로 올라온 게임 해보셨어요?"

"어떤 게임인가요?"

"이런 게임인데,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스팀 게임이라든가...

 

"아, 흔찐씨도 와우 좋아하셨군요.

저도 그거 밤새면서 했었는데, 아휴... 그때는 정말로..."

이렇게 여러 MMORPG라든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계속 이어가면서 잡담을 나눈다.

말 그대로 아재들끼리의 유치하고도 시시한 이야기들이었다.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나는 방심하지 않고 있었다.

언제나 상대방이 하는 대화의 의중을 놓치지 않고 파악하기 위해서

표정과 말투,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타이밍을

항상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학창 시절 때부터 맨날 눈치 없이 나댄다고 욕만 처먹은 결과,

이렇게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예 몸에 배어버린 결과이다.

 

<눈치보기>

찐따인 나에게 습관화되어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몸이라서

이토록 찐따인 내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밖에는 없다.

 

물론 이런 이유로 나는 늘 확대해석과 피해망상에 시달리긴 하지만,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상대와 대화를 할 때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와 의중을 살피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은근슬쩍 유도하는 것.

그것이 찐따인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익히고 있는...

어설프고도 얄팍한 처세술이다.

 

비정적 커뮤니케이션.

간혹 내가 이 블로그에 정적/비정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하곤 하는데,

물론 원래 있는 말은 아니고 내가 지어낸 말이다.

정적 커뮤니케이션은 말 그대로 공적인 자리에서 나누는

서로의 비즈니스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고,

비정적 커뮤니케이션은 사적인 자리에서 하는 잡담을 의미한다.

일상적인 대화라거나, 뭐 그러한 것들을 통칭한다.

 

의중을 살핀 결과, 이러한 비정적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시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의 이유로 보였다.

첫째, 일이 너무 많기에 조금 쉬고 싶어서.

둘째, 나에게 비정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셋째, 내가 가진 공과 사의 경계를 누그러뜨려 우울한 감정을 케어하기 위해서.

즉, 직원의 사기 고양을 위해서.

 

대표님은 항상 바쁘신 분 같다.

매일 외근하시고 통화하시고 서류에 파묻혀계시는 것을 매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 때문에 피곤하기도 하고 쉬고 싶었기에

마땅히 대화를 나눌 상대가 나밖에 없으니 계속 말을 거시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대화하는 것이 좀... 어눌하고 어색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케어 시켜주기 위함으로도 보였다.

이번에 처음 기획을 받아 일을 하며 내가 부담감을 계속 갖고 있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그러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주고자 잡담을 시키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하루하루가 매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대표님께서도 그 점을 캐치하셨던 것 같았다.

 

대표님의 의중을 파악해 경청하고 있다는 의미로써의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동시에 나는 예제 코드를 대충 눈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조조가 살아있을 때 형주땅을 완전히 취했었다면 손권 세력이..."

"제갈량이 남만 정벌을 하러 갔을 때를 보면 못해도 7번은..."

"제갈량이 죽고 난 뒤에 강유가 없었더라면 촉나라가 과연..."

나도 대표님의 이러한 잡담에 맞장구를 치며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속세,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약 1800년 전에 중국 대륙에서 일어났었던

전란이 끊이지 않던 난세의 역사를 논하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나도 대화의 흐름에 몰입하다 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천하를 평정하려면...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거론되어왔던 사실임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하하하하! 흔찐씨 이력서 봤을 때부터 딱 느껴졌어요.

원래 성격이 그런 가 보네요.

뭔가 감성적이고 문학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뭐, 어쨌든... 그렇다면 흔찐씨는 어떤 인재가 되고 싶나요?"

예전에 면접 봤을 때보다 더 당혹스러운 질문이었다.

'역시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인 뒤에 대답했다.

"비록 저는 제갈량과 같은 인재도 아니고,

사마의처럼 굳센 분투의 의지도 없습니다.

제겐 유관장 삼형제처럼 뜻을 같이 하며 의지할 막역지우도 없고,

전위와 여포처럼 무력이 강한 헬스보이도 아닙니다.

곽가와 육손처럼 천부적인 지략과 재능도 없고,

저는 가후처럼 처세에 능하지 않아 사람 다룰 줄도 모릅니다.

다만, 제갈량이 유선에게 두 번째 출사를 올리며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국궁진췌, 사이후이', 즉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사력을 다하고

눈을 감으면 비로소 멈추리라는 말입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그러한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어차피 필멸하는 인간인 이상 언젠가는 죽을 몸일 텐데,

뭐라도 해보고, 무엇보다 후회를 남기긴 싫어서요."

 

나의 대답을 들은 대표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흔찐씨가 그런 인재가 되면 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이력서에서 본 대로 재밌는 분이네요, 흔찐씨는."

칭찬인지 욕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당혹스러운 질문을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엇, 벌써 시간이... 흔찐씨, 이제 퇴근할까요?"

정신없이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다 보니

어느덧 시계가 6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딱히 오늘은 완전히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진 않았다.

정신없이 준비하긴 했어도 오전 10시쯤에 출근했지만,

조금은 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대표님을 따라 퇴근하였다.

애초에 대표님도 출퇴근에 크게 신경 쓰지는 분이 아니기도 하시고,

일단 당장에 해야 할 일들은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퇴근하고 난 뒤에 씻고 나서

느긋하게 노래를 들으며 일기를 쓰고 있다.

대표님과 하루 종일 잡담을 나눠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그 우울함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대표님이 사기를 고취시켜주신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면모를 보면 역시 대표님은...

유비인지, 조조인지... 조금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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