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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사회인이 되고 난 이후로는 금요일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펭찐 2022. 10.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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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불금이다.

월요일에는 자택 근무를 하기로 했으니 마음이 더욱 한결 나아졌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에도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일어났다.

'오늘도 빨리 일처리를 끝내고 빨리 와야겠다...'

불과 몇 달 전, 백수 시절에는 이러한 금요일의 기쁨을 잊은 지 오래였다.

사회로 다시 진출을 하다 보니 금요일이 될 때마다 굉장히 마음이 편해진다.

금요일의 소중함을 잊고 지냈다.

항상 그렇다. 익숙함에 소중함을 잊고 산다는 것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와서 나는 출근길을 걷기 시작했고,

역시나 잠겨있는 사무실 문을 여는 것으로 오늘 하루의 시작을 선언한다.

'차라리 어제 말고 오늘 대표님께서 나오지 않으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막상 사무실에 도착하니 약간의 흑심이 들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뒤에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대표님께서 출근하셨다.

아무래도 어제 일 때문에 못 나오셔서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셨다.

 

대표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대표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흔찐씨, 오늘은 오후 2시에 협력업체와 화상 미팅이 있어요.

회의는 줌(ZOOM)으로 할 건데, 그쪽 이사님은 저희 쪽으로 찾아오실 거예요."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물론 저번에도 외부 협력업체와 회의를 해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익숙해지진 않아서 항상 긴장된다.

나는 약간 걱정된다는 뉘앙스와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며 알겠다고 답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오늘 해야 할 일들과 스케줄들을 보고 있었다.

업무용 메신저를 확인해보니 디자이너분께서 자료를 첨부해 보내주셨다.

나는 자료를 받아서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다. 구성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구나...'

다행스럽게도 어제부터 계속 작성하고 있던 설계서

하루아침만에 쓰레기통 행으로 가진 않을 것 같다.

대표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흔찐씨, 자료 확인해보셨죠?

사전에 흔찐씨가 기획한 디자인은 문서 그대로 개발해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면 될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저렇게 말씀하셨으니 다시 한번 검증이 된 셈이다.

"예... 그럼 설계서 계속 작성하고 있겠습니다 아..."

 

그렇게 오전 시간 동안에는 설계서를 작성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표님이 다시 나를 불렀다.

"흔찐씨, 이제 점심시간인데, 식사 안 하세요?"

나도 모르게 열중하는 사이,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

"흔찐씨 어떤 거 먹으러 갈까요?"

가장 답하기 힘든 대답이 나왔다.

점심은 늘 대표님께서 사주시기 때문에 답하기 부담스럽다.

'으으... 비싸지도 않으면서 양도 적당하고 맛있는 게 뭐가 있으려나...'

 

속으로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대표님께서 먼저 말씀하셨다.

"한식이나 국수 먹으러 갈까요?

혹시 흔찐씨 못 먹는 음식은 없죠?"

다행히 음식 카테고리를 먼저 정해서 말씀하셨다.

"네... 저는 다 잘 먹습니다..."

근데 대표님께서 한식이라고 말씀하신 다음에

굳이 "국수"라고 콕 집어서 말씀하신 데에는

분명 마음속으로는 국수를 드시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그럼... 국수 먹으러 갈까요?"

"오케이, 그럼 국수로? 국수 먹으러 갑시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내가 저번에 둘러본 식당 중 한 곳이었다.

한 끼 식사를 하기에는 가격이 굉장히 부담스러워서

메뉴만 슬며시 보고 바로 집으로 뛰쳐나온 그 식당이었다.

"나는 잔치국수 먹을 건데, 흔찐씨는 뭐 드실 거예요?"

"엇... 저도... 잔치국수로..."

몸보신을 위해서라도 늘 따뜻한 국물이 마려웠던 참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혼자 지내는데 건강 상태가 고장이 나버린다면

그것만큼 고생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고,

식사를 하는 동안 대표님께서 저번에 나눴던 잡담을 계속 이어나가셨다.

"흔찐씨, 내가 요즘 게임을 하려고 하면 너무 피곤해서 오래 못 하겠더라고..

스팀에서 사놓은 게임들도 많기도 하고,

해보고 싶은 게임은 있는데 말이야... 하, 참..."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하하...

게임하려고 하면 뭔가 지치더라고요...

이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

조심스럽게 국수를 들이키며 대표님의 잡담에 맞장구를 치면서

그와 동시에 나는 상대방이 하는 대화의 의중을 살피는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는 사람 대하는 것이 굉장히 서투른 나에게는 언제나 필요한 절차이다.

 

"흔찐씨는 롤 해보셨나요?"

"해보긴 했습니다만... 오래 못 하고 금방 접었습니다..."

"그렇지? 나는 롤 해보진 않았는데, 별로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

이게 참, 롤 같은 게임의 장르는 별로 익숙하지가 않기도 하고 말이야."

뭔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는 굉장히 많이 해보신 것 같이 느껴졌다.

"삼국지에서 엄백호로 플레이하면 이게..."

그리고는 또다시 삼국지 삼매경에 빠졌다.

"오나라로 플레이하면 땅 때문에 짜증이 나더라고.

항상 남쪽 군주로 플레이할 때에는

형남 사군 땅을 먼저 취해야지 이게..."

 

그렇게 정신없이 삼국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어느덧 식사를 다 마쳤다.

그리고 오후 2시... 이제 회의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협력업체에서 오신 분께 인사를 드리면서 회의에 참가했다.

화상 미팅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았다.

나 같은 찐따는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

현재 누가 봐도 당황하고 있다는 표정과 기색이

겉으로 굉장히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에서 직접 사무실로 오신 분도 계시고 하니,

그것을 핑계 삼아서 마스크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도 없어서

나름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네, 반갑습니다. 저번에 한 번 뵈었었죠?

이번에 저희가 프로젝트를 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개선한 것인데,

실질적으로 운용을 하는데에 있어서는 테스트를 해보고 있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보내드린 문서를 확인해 보시면..."

프로젝트에 사용되고 있는 기술적인 이야기와 기술 용어,

그리고 비즈니스 용어들이 계속 나왔다.

나는 또다시 긴장 상태에 놓인 채 최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회의에 임하였다.

그래도 경험이 조금 쌓이니까 대답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경청한 채 회의록을 남기면서 대답했다.

"저번 회의를 통해서... 대표님과 제가 잠시 회의를 나눴었고,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해봤을 때 발생했던 문제들은 이러하였고,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할지 여쭤보고 싶은 사항이...

어쩌고 저쩌고..."

"아, 그 부분은 여차 저차 해서 이렇게 해결하는 중이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나는 대답을 이어나갔다.

"대표님과 저 역시도 궁금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현재 프로젝트에 사용 중인 기술들 중에서... 어쩌고 저쩌고..."

나는 대답한 후, 대표님의 눈치를 살피며 대표님께 여쭤보았다.

"혹시 대표님, 더 궁금하셨던 사항이 있으신지..."

"안 그래도 여쭤보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정신없이 회의를 마무리를 하였다.

계속 회의를 하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다.

'휴... 이번에도 어떻게든 잘 넘긴 것 같구나...'

나는 다시 대표님의 눈치를 살폈다.

난처하다는 표정이라든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라든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민폐를 끼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항상 들어서 늘 고민이었는데,

외줄 타기 정신으로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잘 넘기고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어제부터 작업하고 있던 설계서를 계속 작성하며 시간을 보냈다.

 

책임 개발자분께 피드백을 받으며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계속 검토하였고,

그러면서 잘못된 부분들은 픽스하였다.

현존하는 여러 방식들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하는 과정.

그와 동시에 작성하다가 중간에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면 의견을 공유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설계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뭔가 내 마음속에서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름... 즐겁네.'

그렇게 생각이 스쳐가는 순간 뭔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설계를 해야 개발할 때 더 효율성이 있는지,

기술적인 로직은 어떤 식으로 구상을 해야

프로그래밍을 통해 구현할 때 유지보수성이 높아지는지,

테스트 코드는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논하고 있었는데 왠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IT 개발 부서에 배정을 받아서

난생처음 듣는 용어들과 기술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난생처음 해보는 기획과 설계...

불과 한 주만에 정말 많은 것들이 뒤바뀌어버렸고,

이를 적응해나가는 것이 굉장히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 하는 동안 이런 기분이 느껴진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흔찐씨,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대표님께서 슬슬 퇴근하기 위해 준비하고 계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앗, 예... 벌써 퇴근할 시간이군요..."

"흔찐씨가 말씀하셨던 대로 월요일에는 편하게 자택 근무로 하면 되고...

다음 주 화요일 날 봅시다."

그렇게 나는 자리를 정리한 후 대표님과 같이 퇴근하였다.

'아 맞다... 오늘 금요일이었잖아.'

불과 오전에만 하더라도 금요일이라서 굉장히 들뜬 마음으로 출근하였는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니 퇴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퇴근길에 정말 맛있는 냄새들이 진동하였다.

불금이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냄새와

회식하는 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가뜩이나 나는 먹는 것도 시원찮은데...

퇴근길을 걸어오는 동안에 맛있는 냄새를 참을 수가 없었다.

배에서는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나고, 없던 밥맛도 살아나려고 한다.

'집에 가면... 뭘 먹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도착했지만,

참으로 도착하자마자 희한하게 딱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빠서 미처 못 봤던 밀린 애니들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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