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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 협업을 해보다.

펭찐 2022. 10. 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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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딱히 많은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제일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미팅을 총 두 번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다른 회사에서 같이 일을 병행하고 있는 책임 개발자 분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인수인계를 받으며

앞으로 어떤 기술을 사용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분과 같이 다른 업체와 미팅이 잡혀 있어서

해당 업체와 미팅을 진행하였다.

그 업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현재까지의 성과를

보고 차원에서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고,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지 보고를 하였다.

 

솔직히 나는 이쪽 분야를 공부해본 사람이 아닌 찐따라서

당최 들어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었다.

책임 개발자분이랑 열심히 회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충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옆에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미팅도 마무리가 되었고,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결국 프로젝트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 일을 하러 오는 곳이다.

책에 나와 있는 예제를 보면서 이것저것 코드를 짜 보면서

대충 어떻게 써먹는 건지 머리를 쥐어짜며 보고 있었는데,

대표님이 "흔찐씨, 책에 있는 예제 보고 계신 거예요?"라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냥 별생각 없이 물어본 말인데도 그 말에 눈치가 보였다.

 

일단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프로젝트와 병행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근데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설명으로만 들었지,

실제 프로젝트를 받은 것은 오늘 저녁때 즈음에서야 받았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프로젝트와 병행을 하며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쪽 전공자도 아닌데 갑작스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으니,

뭔가... 눈치도 보이고 정말 괴롭다.

 

눈치를 보고 있던 와중 내일의 일정을 설명해주었다.

내일은 대표님과 프로젝트 기획을 진행해야 하고,

이 기획은 이번 주 내로 끝내야 한다.

그런 다음, 프로토타입을 이번 달 내로 개발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어야 보고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아직까지는 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게다가 자율적인 출퇴근 보장이라지만,

실상은 보장까지는 아니다.

아예 맘대로 출근하고 맘대로 퇴근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퇴근할 때 눈치 보지 말고 퇴근하라는 뜻이다.

일이 생기니 자택 근무는 주중에 한 번씩 하기로 했다.

 

사실 이게 정상이긴 하다.

원래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이런 거 아니겠는가.

다만 상황이 계속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정말로 적응하는 것이 쉽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다.

갑자기 모든 것이 한 번에 다 바뀌어버리는 느낌이라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 쪽과 미팅을 하는 것도

나 같은 찐따에게는 정말 버겁고 힘든 일이다.

사람 상대하는 것이 서툴고 어눌하고 어색하기 때문에

최소한 표정이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있어야 한다.

회의 시간도 그다지 길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짧은 시간조차 나는 눈치가 보이고 힘들었다.

 

더군다나 외근은 없긴 해도 협력업체이기 때문에

어쩌다가 한 번씩은 예의상 찾아가야 할 일은 있다.

일단 가서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직접 확인도 해야 하고, 겸사겸사 회의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즉,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 건가 싶다.

그동안에는 알바 수준으로 단순 업무만 맡아서 처리했었는데,

이제는 실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어서

협업을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굉장히 맥이 빠지고, 너무 두렵고,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걸까.

나는 그저 죽기 위한 돈을 벌려고 온 것뿐인데...

욕심이 없어져서 성격이 바뀌니까

그래서 뭔가 나에게 다른 일들도 맡겨보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고 이 일을 포기하고 지급받는 페이를 포기하자니,

여태껏 이사한 비용과 기타 생활비를 감당할 수가 없기에

즉,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되어버리기에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해보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

뭐 애당초 새로 부서를 배정받을 때,

속는 셈 치고 해 보자는 마인드도 있긴 했으니까 누굴 탓할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이 불편한 마음은 사라지지가 않는다.

 

학창 시절에도 일진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집에만 있던 백수 시절에도 가족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회사에서도 남의 눈치를 봐야만 한다.

정말 눈치만 보다가 인생이 끝나겠다.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은 인생의 '자유'와 '평화'일 뿐이다.

그런데 좀처럼 자유와 평화는 찾아볼 수가 없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이토록 내 인생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빠듯한데,

주변에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언제까지 일할 것이고, 언제 죽을까.

자본주의 사회니까 이게 돈이면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돈이 있다고 해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데 의미가 있을까.

오늘따라 밤하늘이 유독 참 시꺼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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