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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 승진을 하다...?

펭찐 2022. 10. 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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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기획.

백수였던 이 고졸 찐따에겐 언제 들어도 굉장히 생소한 단어이다.

그 생소한 단어를 가진 과중한 업무를

정신을 차려보니 이 찐따인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또 다른 생소한 단어를 듣게 된 날이었다.

 

늘 그래 왔듯, 항상 잠겨있는 사무실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안에서 나는 조용히 조명을 밝히고 컴퓨터를 켠다.

특히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였다.

왜냐하면 오늘은 기획했던 자료들을 검토받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후에 대표님과 미팅이 잡혀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문서를 다시 살펴보며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빠진 내용이 있는 것 같으면 추가하고,

불필요한 내용이 있는 것 같으면 빼버리고.

언제 들어도 참으로 생소하고도 늘 처음 하는 것만 같은,

그동안 말로만 들어봤던 '기획'이라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인가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무실 안에서는

그저 마우스 클릭 소리와 타이핑 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

'그래... 일단 점심시간이니까 조금만 쉬면서 해야겠다.'

대표님께서는 오전에 외근이 있으셨기 때문에

대표님이 아직 안 계시는 잠시 동안만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밖으로 나와서 식당을 둘러보았다.

사실 밥맛도 없었고, 먹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일단 둘러보기로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박감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픽 쓰러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계속 둘러보다가 가까운 분식집을 찾아서 들어갔다.

날씨도 갑자기 쌀쌀해지니까 따뜻한 걸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괜히 감기라도 걸려서 아프면 쓸데없이 돈도 나가고 개고생이니까 말이다.

메뉴판을 한번 훑어보는데 입이 절로 떡 벌어졌다.

'돈가스 정식이 9,000원에... 된장찌개가... 8,000원...?'

고작 분식집인 주제에 한 끼 식사가 매우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싼 3,000원짜리 김밥 한 줄을 시켰다.

 

최근에 정말 많이 느끼는 것인데, 정말 싼 게 비지떡인 것 같다.

양도 정말 적었고, 심지어 햄 쪼가리 하나 보이지 않은 김밥이 나왔다.

'당근에 단무지만 들어있는 김밥 여덟 조각이

무슨 3,000원씩이나 받다니...'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주변 눈치를 보고 혼밥을 하였다.

'뭐... 어차피 밥맛도 없기도 했고...

그냥 빨리 먹어 치우고 바로 업무나 보러 가야겠다.'

주문한 김밥이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이 10분 정도였는데,

다 먹는데도 똑같이 10분 정도 걸렸나 싶었다.

평소 같았으면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양이긴 했지만,

밥맛도 없던 지금의 나에게는 오히려 적당한 양이긴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계산대로 갔다.

"여... 영수증 챙겨주세요오오..."

옛날 같았으면 쿨하게 "영수증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고

그냥 계산만 하고 바로 나왔었는데,

혼자 생활을 하려면 돈 관리, 즉 가계부 작성은 필수다.

'아니, 한 끼 식사가 3,000원이라니...

만약에 내가 그냥 편의점으로 갔으면

같은 돈 주고 김밥 두 개는 사 먹을 수 있는데...'

나는 후회를 하며 오늘 저녁은 굶기로 하였다.

계속 밥맛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역시 밖에서는 절대 밥을 사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저녁때 조금 귀찮기는 해도 도시락을 챙겨가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냐 하면 그런 건 없다.

찐따인 나에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사를 하면서 생필품을 한 번에 대량 구매를 하는 바람에 그렇다.

그래, 나에게 돈이라는 것은 이를 위해 버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한데... 왜 이토록 업무가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일까.

 

점심 식사를 대충 마치고 업무를 보고 있으니

어느덧 대표님께서 출근하셨다.

나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드렸고,

대표님은 나에게 또다시 환장할만한 이야기를 건넸다.

"흔찐씨, 흔찐씨는 오늘부로 주임. 주임으로 합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또다시 황당해있었다.

'... 에? 주임...? 그게 뭐지... 먹는 건가..?

아니면 무슨 또 다른 프로젝트 이름인가...?'

 

그러면서 나에게 회사, 즉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연구소에서

프로젝트 참가자 목록 중 내 명단에서 직위 항목에 <주임>으로 넣으셨다.

주임이라는 게 직위명이었나보다.

생소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뭐지...? 나는 사원일 텐데...?

다닌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제 프로젝트 기획 단계인데...?'

 

찾아보니, 뭐... 일반 사원보다는 높은 계급인 것 같았다.

결론은... 찐따인 내가 승진을 한 것인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한 달도 아직 안 지났는데...

그것보다 주임이 하는 일은 도대체 뭐지...?

나는 그냥 1~2년차 정도 되면 바로 대리 달아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꺼무위키에서는 다음과 같이 나와있었다.

어느 정도의 직급인지는 회사에 따라 다르다.

첫째로 '사원→ 주임→ 대리' 순으로 가는 대리와 사원 사이의 직급으로 쓰는 곳이 있다.

대기업의 경우 삼성, 현대, SK, LG 등 굴지의 유명 대기업들은 사원, 대리는 기본이고 주임까지 다 있다. 특히 규모가 매우 방대하고 인원도 매우 많은 대기업의 경우 사원→주임→대리를 순차적으로 모두 다 거쳐야 된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주임이 없어서 보통은 사원→대리로 간다.

회사에 따라서는 대졸의 경우 사원에서 주임 4년, 주임에서 대리까지 4년으로 총 8년인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고졸 신입사원이 회사에 취직한 다음 대리로 승진하기 위해서 8년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8년은 너무 길기 때문에 대리 승진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그냥 포기하거나, 이직해버릴 수가 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주임'이란 직급을 두어 완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주임 승진'도 여하튼 당사자에게는 승진이라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인 셈이다.

R&D 쪽 연구원의 경우에는 주임연구원은 대리 또는 '주임'에 대응되는 직급이다.

대개 연구원의 직급은 수석급(수석연구원) - 책임급(책임연구원) - 선임급(선임연구원) - 원급(연구원/주임연구원/전임연구원) - 연구보조원의 직급으로 나뉘는데, 연구보조원은 없는 경우가 많다. 선임과 원급 사이에 사이의 직급으로 주임연구원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연구원 → 주임연구원 (→ 전임연구원) → 선임연구원" 코스를 타게 된다.

사무직과 마찬가지로 연구원이 없고, 그 대신 모두 다 주임연구원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대리에 해당되는 것은 선임급이다.

제대로 운영되는 국립/사설 연구소라면 박사급이 다수이고, 석사도 어디 명함 내기 힘들며, 학사는 사실상 최말단이다. 그래서 박사급인 선임급 이상에 대하여 제대로 체계가 갖추어지며, 석사급 이하는 그냥 연구원으로 퉁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연구보다 개발을 주로 하는 회사의 연구소는, 이보다 세밀하게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선 기획안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였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정신없는 틈에도 대표님 눈치를 살폈다.

역시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으셨다.

"흔찐씨, 아까 그 부분 다시 한번만 보여주실래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대표님이 문서를 보시더니,

"흔찐씨, 너무 나간 것 같아요...

원래 이렇게 문서 작업을 했었나요?"

 

확실히 힘이 들어가 있긴 했다.

뭔가 두서도 없었기도 했고 말이다.

"PPT 자료도 딱 봤을 때는 약간... 감이 잘 안 오네요."

역시나 리젝을 당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 기획이라는 게 사실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역시 단순 업무를 하는 것이..."

 

그러자 대표님께서 다시 말을 바꾸시며 말씀하셨다.

"흔찐씨, 제 말뜻은 그게 아니고, 문서 작업 정말 잘하셨어요.

지금 하신 거 그대로 그렇게만 하시면 됩니다.

물론 흔찐씨 본인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최종 보고서로 제출은 할 수 없겠지만요.

근데 애당초 최종 보고용으로 만든 문서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회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와

흔찐씨 본인의 아이디어를 같이 상의하면서 하는 거니까

애초부터 그런 용도로 작성한 문서이기 때문에 저는 좋다고 봐요.

그래서 한 마디로, 너무 그렇게...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흔찐씨는 일을 계속 더 배워야 하는 단계이고,

그래서 업무에 대한 스터디를 한다라는 차원에서

흔찐씨에게 일을 준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흔찐씨가 지금 너무 부담을 가지고 계신 거 같아요."

 

그래서 결론이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지금 하는 일에 부담 갖지 말라고 하신 말씀인 건 알겠지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래서 문서는 좋다는 건지 별로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고민이 든다면 그냥 "별로다."라고 이해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록을 정리하고...

마저 업무 보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다시 자리에 돌아와 컴퓨터를 세팅하였다.

대표님이 나에게 물으셨다.

"흔찐씨, 점심 드셨나요?"

나는 이미 먹고 왔다고 대답했다.

"아휴... 또 일이... 오늘도 정말 바빠 죽겠네요.

저는 외부 업체랑 미팅 다녀올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파이팅하세요. 오케이?"

대표님은 과연 유비인가... 조조인가...

이제는 둘 다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업무를 마친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잠시 본가에 내려올 일이 생겨 급한 대로 짐을 챙겨서 본가로 향했다.

그나저나 이제부터 주임이라니...

왜 이렇게 하루마다 모든 것이 뒤바뀌는 것 같을까...

적응하기가 정말로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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