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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 부서 배정을 받다.

펭찐 2022. 10. 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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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역시 정신이 없었다.

어제 일찍 잠에서 깨어나 일기를 쓴 다음,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뒤척였다.

오전에 AS 수리기사가 오기로 했는데 빨리 잠들어야 했다.

계속 뒤척이다가 애니를 보며 시간을 보내며 간신히 잠에 들었다.

 

오전에는 어제 불렀던 에어컨 AS 수리기사가 와서 점검을 받았다.

에어컨 상태를 보시더니 "어후... 완전 담배에 찌들었네요, 이거..."라고 하셨다.

한 마디로 현재 나는 예전에 살던 세입자가 남기고 간 똥을 치우고 있다.

더군다나 찬바람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그것에 대해 여쭤봤더니,

"여기에 가스가 아예 없어요. 0프로예요, 0프로."

이전에 살던 세입자는 당최 에어컨에 가스도 안 채워놓고

어떻게 여름 동안 에어컨을 계속 사용했었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나는 다른 사람과 오래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자초지종을 대충 이야기하고

에어컨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후... 이 에어컨은 일단 세척도 해야 하고,

가스도 다시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뜯어서 가져간 다음에 수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마 내일 모레나 그다음 날 즈음에 올 것 같습니다."

나는 그때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곤란했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였고, 대신 설치를 하기로 했다.

물론 수리비도 다 청구하였다.

얼마나 심각했으면 수리기사분들도 나에게

"혹시 이전 세입자가 외국인인가요?"라고 물었을 정도로 심각했다.

 

오전부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다음,

나는 준비를 마친 뒤에 출근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계속 집에 빈둥대며 있어봤자 할 일도 없었기에,

그냥 조금 일찍 나가기로 결심하였고,

출근길을 만끽하며 회사에 도착하였다.

출근하는 동안에는 구수한 은행나무 냄새가 나를 반겼다.

그래서 '아, 정말로 세월이 빠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 도착한 나는 대표님과 면담을 진행하였다.

그리고는 나지막하게 한 마디 하셨다.

"흔찐씨가 일하는 것을 봤는데, IT 개발부서에 투입해보려고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싶었다.

"저는 그쪽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혼자서 파이썬 독학한 게 전부인데요..."

이에 대표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IT 개발부서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사람이 없어요.

그동안 흔찐씨가 혼자 독학하면서 공부한 게 확실히 눈에 보였어요.

흔찐씨에게 단순 서류 작업만 맡기기에는 인력낭비라고 생각해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흔찐씨가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랑 같이 공부도 하고 일도 배우면서요."

나를 과대평가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이랑 무언가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부터 좀 거부감이 들었다.

 

이미 예전에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사실 프로그래밍을 해보는 것은

내가 학창 시절부터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 분야였다.

그래서 백수 시절에 혼자 독방에 처박힌 채로 독학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이라고 칭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단지 '해보고 싶어서 해봤다.'지, '좋아서 해봤다.'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 제안이 딱히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대표님의 반짝거리는 눈에 못 이겨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택 근무는 계속 보장해주시는 건가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출퇴근도 흔찐씨가 원하시는 대로 알아서 해도 괜찮아요."

이 얼마나 달콤한 제안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근데요... 저는 이쪽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서...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표님은 그저 "괜찮아요, 모르면 배우면서 하면 되니까요."라며

나를 어떻게든 그 부서에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셨다.

그동안 대표님 성격이 유비인 줄 알았는데,

'누구든 재주만 있다면 출신에 상관없이 모두 등용하리라!'의 마인드를 가진,

사실 알고 보니 조조였나 싶었다.

나는 고졸이라는 미천한 학력의 출신이다.

그래서 이 말을 듣게 된 순간부터 대표님이 자꾸만 조조로 보였다.

 

정말로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사무실이 좀 허전했다.

배정받은 부서 사람들에게 어색한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며 세팅하기 시작했다.

대표님이 한마디 하셨다.

"흔찐씨, 오늘은 컴퓨터 세팅만 하고 퇴근하셔도 됩니다.

세팅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그 말대로 OS부터 설치하고 업데이트를 시키고

개발하는데 필요한 IDE와 기타 프로그램들을 설치하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컴퓨터를 세팅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프로젝트 개발은 파이썬으로 개발한다고 나에게 말을 건넸다.

"이번에 시작하려는 프로젝트는 AI 개발도 해야 하고, 웹 개발도 해야 할 거예요.

책은 제가 적어준 목록대로 사시면 됩니다.

앞으로 같이 배우고 공부하면서 열심히 해봅시다."

아니 갑자기 고졸인 나에게 뜬금없이 AI라니...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흔찐씨, 단순 업무보다는 본인이 할 줄 아는 게 있으면

그 일을 배우면서 하는 것이 흔찐씨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될 거예요.

대표님께서 저희 부서로 배정시켜주신 데에는 그만큼 역량이 있는 거 같은데."

그러면서 나는 세팅을 하는 동안 간단한 역량 테스트를 받아보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문법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능력과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이해는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모두 내가 파이썬을 독학하며 공부했던 내용들이라 답변은 어렵지 않게 했다.

"이 정도면 같이 일 할 수 있겠는데요?"

너무 과대평가를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대답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공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백수 시절에 잠깐 해본 정도라서요...

저에게는 그냥 단순 업무가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자 어떻게든 나를 이쪽 분야로 끌어들이려고 붙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시고... 같이 일 해보면서 배워봐요.

저희도 처음에는 다 몰랐는데, 하면서 익숙해지고,

그러면서 실력이 쌓인 거예요.

흔찐씨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지금껏 찐따인 나에게 이토록 잘 대해준 사람들은 없었기 때문에

한번 속는 셈 치고 같이 일해보자는 마인드로 알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IT 개발부서에서 일을 배우기로 했다.

내일부터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고,

사무실에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며 프로젝트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쪽에서 일하면 다행인 점은 우선 출퇴근 시간에 너무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고,

외근을 나가야 하는 일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초에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특성상

야근을 할 수가 없는 곳이라서 야근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토록 근무환경이 좋은데 거절한다면 또다시 후회할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이 바뀌니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해보다가 정 안 되면 다시 부서를 옮겨버리자는 마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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