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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퇴근길

펭찐 2022. 9.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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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한자와 나오키(半沢直樹) OST  ~Bonds~

 

 

 

퇴근하고 오는 길.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시끄러운 경적 소리들,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구두굽과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저녁을 먹기 위해 회식하러 오는 사람들의 소리와

여기저기서 통화하거나 수다를 떠는소리가 들려온다.

이토록 정신없는 퇴근길 속에서의 나는,

언제나 항상 똑같은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일할 것이며, 언제 죽을 것인가.'

 

회사 사람들은 성격이 밝고 친절하다.

현재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토록 찐따인 나에게조차도

꼬장을 부리거나 해코지하진 않는다.

아무래도 나이들도 있고, 가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는 다르다.

나는 여기 이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가

죽기 위해 버는 돈, 즉 노잣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욕심도 없고, 욕심이 없으니 열정도 없다.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라든가,

식솔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가장의 의지도 나에겐 필요가 없다.

이것은 어떻게 봐도 정상적인 신입의 마인드는 아니다.

 

그렇다고 열정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느껴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젠 욕심 자체가 없는데 부러울 게 있겠는가.

무엇을 위해 아침에 출근하고,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인지.

이전의 나는 왜 그토록 사회에 진출하려고 했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회사생활이 힘든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일부러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다시 면접 봐서 들어온 곳이니까.

 

퇴근하는 인파들 속에서의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집으로 가는 길이 집으로 가는 것 같지가 않다.

죽기 전의 마지막 보금자리라고 생각하면 이곳이 조금 짠해지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낯선 곳에서 혼자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차갑게 느껴진다.

뭐, 사실 자택 근무도 같이 하고 있기에,

이제는 이곳이 집인지 회사인지는 잘 모르겠다.

살림살이하는데 아늑하고 편하긴 하지만,

사람의 온기가 부족한 탓인지 조금은 차갑게 느껴진다.

 

퇴근길에 태양이 저물어가는 것을 바라볼 때면,

인생의 즐길거리나 여흥 거리도 같이 점점 줄어들어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때문에 씁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어 담배를 꺼내 든다.

답답하고 쓰디쓴 이 마음을 한숨으로 내뿜으며

사람이 없는 가까운 공터에 앉아서

조용히 해가 저무는 것을 그저 지켜보며 시간을 보낸다.

 

남들은 회사생활이 힘들어서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지낸다는데,

반면에 나는 어떠한가.

회사생활이 힘들어서 불평불만을 할 이유가 없다.

야근은 회사 특성상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야근도 없고,

회사 사람들도 다 좋고, 때문에 일하는 것도 힘들지 않다.

오히려 너무 만족스러워서 그게 걱정이라면 걱정이겠다.

그런데 왜 퇴근길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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