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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 기획을 마무리하다.

펭찐 2022. 10. 1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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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기 전,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서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괴로운 감정을 내비쳤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감정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결론을 지어 본다면,

'아... 역시 워커홀릭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일을 하고 있을 때만큼은 그저 일 생각만 해야 한다.'

이것은 나만의 공과 사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일을 할 땐 나의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는 마인드다.

더군다나 오늘은 최종적으로 대표님께 기획을 컨펌을 받는 날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일을 끝마쳐야 한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열심히 타이핑만 할 따름이었다.

 

기획서.

원래대로라면 저번 주에 마무리가 되었어야 했으나,

기간을 연장하여 오늘까지 마무리하도록 일정을 바꾸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른 아침부터 출근한 뒤에

사무실 조명을 재빠르게 밝히고 난 뒤에

조용한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컴퓨터를 부팅한 후,

기획 자료들을 살피며 내용을 추가하고 최종 검토에 들어갔다.

 

대표님께서 조언해주셨던 '부담 갖지 말라'는 것을

계속 떠올리고, 또다시 떠올리면서 작업에 들어갔다.

편안한 상태에서 러프하게 윤곽을 잡아내며 내용을 정리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굉장히 추웠기 때문에

찬바람이 계속 불어오는 출근길을 벌벌 떨며 오다가

온도가 확 바뀐 따뜻한 사무실 안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뭔가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기에 가능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나는 천천히 기획서들을 쭉 훑어보며 감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면서 나는 어떻게든 작업을 완료하였다.

정신없이 계속 일을 하다 보니 당시의 정황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기획서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

주변을 둘러보니 오후 시간이 될 동안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이곳은 직함에 얽매어있지 않기에

회사 내에서 사람들을 부를 때 대표님과 이사님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이름이나 직위로 부르지 않는다.

그냥 서로 <선생님>으로 편하게 통칭하여 부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선 내가 다니는 곳은

부서별로 각자 하는 일에 굉장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즉, 각 부서가 하는 분야가 아예 다르기 때문인 이유가 있다.

그래서 각자 하는 일에 대해 한에서는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만이 자리 잡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다.

물론 어딜 가나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대표님께서도 말씀하셨던 "출퇴근은 알아서 자유롭게 하세요."라는 부분에 있다.

각자의 양심과 스케줄에 맞춰서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이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오전에는 각자의 스케줄과 하는 분야도 워낙 다르다 보니

늘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는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이 그렇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아직 신입이라서 나 스스로가 편치 않기 때문인 것도 있다.

나는 찐따라서 오전에 스케줄도 없고,

남들처럼 가정을 꾸려서 생활하는 사람도 아니고,

계속 집에 있으면 또다시 우울감에 사로잡혀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자.'

단지 이 생각뿐이기에 그냥 일찍 나가는 편이다.

해야 할 일도 있으니 그것도 빨리 처리해야 하고 말이다.

 

아무튼 아무도 없는 사무실 안에서 점심시간을 보냈다.

계속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만 하고 있으니, 좀이 쑤셨다.

그동안 앉아있는 것도 피곤해서 게임하는 것조차 안 했는데

게임도 아니고 일을 하고 있으니 피로감이 더 커졌다.

그래서 나는 저번처럼 일단 밖으로 나왔다.

 

점심시간이 되니까 출근길의 그 쌀쌀함은 그나마 조금 덜했다.

물론 계속 춥긴 했지만, 그래도 출근길보단 나아졌다.

나는 벌벌 떨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번에 먹었던 분식집이 눈에 또다시 들어왔다.

그 분식집을 보며 나는 다짐했다.

'절대로... 내 돈 주고 식당에서는 점심을 먹지 않을 것이다...'

가성비충이 되어버린 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도착한 나는 김밥 코너에 멈춰 섰다.

'이 편의점은 삼각김밥 가격이 얼마나 될까.'

가격을 보니 여느 편의점과 비슷한 가격대였다.

그러나 내가 다녔던 편의점보다 무려 300원이 싼 1,200원이었다.

양도 나름 나쁘지 않았고, 밥맛도 없는데 탄수화물을 적당히 채울 수 있다.

'그래, 이게 김밥이지. 다시는 그 분식집 가나 봐라.'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재빠르게 계산을 하고 레인지에 김밥을 데웠다.

김밥의 따스한 온기를 겉옷 안에 품은 채로

추위를 뚫고 사무실 안으로 돌아왔다.

 

나는 쿰척쿰척 삼각김밥 하나를 먹으며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나있을 무렵, 대표님께서 출근하셨다.

"흔찐씨, 주말 잘 보내셨나요?"

잘 보낸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나는 일단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사회생활 아니겠는가...

짧은 인사를 나누고 나서 나는 계속하고 있던 일을 마저 시작했다.

 

어느덧 기획을 컴펌받아야 할 시간이 되었고,

대표님께서 슬슬 회의를 시작하자고 나를 불렀다.

살짝 긴장된 상태로 나는 대표님의 눈치를 살폈고,

열심히 수정한 기획서를 다시 보여드렸다.

"오... 흔찐씨, 바로 이거예요.

이렇게만 하세요. 정말 잘하셨네요."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걱정이 앞섰다.

단지 원래 기획을 마무리하기로 한 날짜가 연장되었기에

어떻게든 기간 내에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

통과를 시키시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표님의 표정과 말투에서 의중을 살폈지만,

다행히 그런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대표님과 몇 번이고 회의를 진행하며 분석해보았지만 진심인 것 같았다.

 

'후... 1단계는 통과인가...'

나는 내심 안도하였다.

기획단계에서 필요한 나머지 부분들은 디자이너에게 맡겨 처리하기로 결정하였고,

그 디자이너분께 기획한 자료를 보낸 뒤에 구체적인 내용들을 상의한 후,

드디어... 계속해서 걱정하던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이제 나는 프로토타입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즉, 기획은 얼추 마무리가 되었으니 프로그래밍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근길을 터덜터덜 걸어오면서

또다시 마음이 착잡해지고 심란해지기 시작한다.

일을 끝내고 나니 이 불편하고도 우울한 마음이 올라온다.

'아... 또 시작인가...'

퇴근길의 북적이는 인파들 사이에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말 그대로 울컥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다행히도 날씨가 추워서 눈물이 고인 줄 알고 있을 것이다.

집에 가는 길이 집에 가는 것 같지가 않는다.

단지 애니 보러 일하기 전에 잠깐 들어오는 곳.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까...'

일 처리가 마무리가 되니, 한편으로는 후련한 마음도 조금은 있지만,

그와 동시에 끝없는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계속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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