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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 소개팅을 하다. -완-

펭찐 2022. 12. 2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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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소금빙수 ~기적의 분식집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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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갑작스럽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

그녀는 당황한 듯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녀가 통화를 하는 사이에 나는 잠시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했다.

'어느덧 벌써 오후 9시가 넘었네...'

약속하고 만난 지 벌써 2시간이 넘은 시간.

나는 길어봐야 30분 정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의외였다.

통화가 조금 길어질 것 같아 나는 그녀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칼바람을 뚫고 다시 담배 한 모금을 피러 나왔다.

 

밖으로 나온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엊그제가 한없이 덥기만 했던 뜨거운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어느덧 추운 한 겨울이 되어있었다.

'세월 참 빠르구나...'

곧 있으면 나도 이제 한 살을 더 먹게 되는 건가 싶은 생각에 잠겼다.

담배꽁초가 타들어갈 때마다 나의 마음 한편도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로써... 그녀와도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한편으로는 우울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나 같은 찐따가 소개팅이라니...

전혀 말도 안 되는, 믿기지 않은 일이지 않은가.

살다가 이런 경험도 해보는구나 싶었다.

 

그러자 문뜩 그때 그 소녀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녀에게 소녀의 이야기를 해서 그런 탓일까.

'소녀... 그래, 그 소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 소녀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밖이 굉장히 추웠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카페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면 이대로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 시간이 마지막일 거야...

그래... 이대로 들어가면 이제 작별이겠지.

그녀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최대한 밖에서 시간을 끌고 싶은...

그런 이기적인 마음이 들었으나,

너무 추워서 더는 버틸 수가 없었기도 했고,

그녀를 계속 기다리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기에

이제는 불편한 현실을 다시 마주할 때가 되었다.

'그래... 이걸로 된 거야.'

그렇게 나는 카페 문을 열고 다시 들어왔다.

 

그녀는 나를 난처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막상 그녀의 난처한 표정을 보니 속으로 굉장히 서글퍼졌다.

'아... 제발... 그 표정만은 짓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가 이야기했다.

"저... 흔찐님, 방금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생각했다.

'역시나... 그렇구나...

그래, 그전에... 내가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겠구나.'

그녀는 이어서 대답했다.

"지금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밖에서 뭐 하고 있냐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어요... 흑..."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오늘이 마지막이 되는 건가요...?"

그녀는 커피잔을 정리하고 일어나며 대답했다.

"으음... 그렇... 겠죠...?"

 


 

나는 죽은 동태눈깔이 되었다.

주변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다.

왜일까...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대답했다. 

"역시... 그런가요... 하하...

그렇겠죠? 저도 그럴 것 같았는데... 아하하...

근데도 왜 이렇게... 아쉬운 걸까요..."

"음... 저도 아쉬워요, 흑..."

그래, 이것으로 된 거다.

나도 내 주제를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직접 말로 들으니까 멘탈이 너무 버티기 힘든걸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밖으로 나온 나와 그녀.

아무리 따뜻한 장갑을 끼고 있어도 춥게 느껴졌다.

날씨가 추우니까 당연할 텐데, 그럼에도 뭔가 더 춥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죽은 눈동자로 바닥을 바라보고 걷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말했다.

"저기... 흔찐님, 오늘 정말 재밌었는데... 아쉽네요... ㅠㅅㅠ"

"네... 그렇네요..."

하지만 이렇게 풀이 죽어있을 수는 없었다.

계속 추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문뜩 생각이 들었다.

'흔찐아, 정신 차리자. 이건 너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개팅이야!

정말로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고 끝낼 거야?'

내 안의 고요한 외침.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라는 뜻인가...

 


 

그래, 최후를 맞이하는 자세.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

고로,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 네?"

"이번이 마지막이라서 정말 유감스럽지만...

그래도 저의 첫 소개팅을 함께 해주셔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제 인생 첫 소개팅을 이토록 좋은 분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로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간신히 넘겼다.

그러자 그녀의 눈망울이 커지는 것 같았다.

"... 네? 뭐라고요? 지금 무슨 말씀을..."

"... 에?"

"... 네??"

 

나는 머리 위에 수많은 물음표가 그려졌다.

대체 왜 그런 반응을 하는 거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내가 나도 모르는 실수를 한 건가?

혹시 잘못 들으셨나 싶어서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음, 그쪽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셔서...

그래서 저는 그쪽을 더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주시고 저와 함께 있어주셔서...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 네?? 무슨 뜻인지 저는 잘..."

그녀의 귀가 어두운 건지,

혹은 내가 말을 잘 못하는 건지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아까 카페에서 나오기 전에 그쪽에게 오늘이 마지막이 되는 거냐고 물었는데...

그쪽이 '그렇겠죠?'라고 대답하셔서...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네?? 제가요? 제가 언제 그렇게 이야기했나요!?"

"... 에?"

"... 우잉?!"

"......"

"......"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나는 그녀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그럼... 아까 그쪽이 뭐라고 대답하셨나요?"

"저는 아까 '그럴 리가요?'라고 대답했어요!"

"... 아?"

"흐흥... 뭐죠!? 그 반응은!?"

뭐지? 내가 방금 말도 잘못 들은 건가?

순간 나는 내 두 귀를 의심했다.

"그러니까 그 말씀은...?"

"그러니까 그 말씀이란~ 다음에 또 보자는 뜻이겠죠!?"

 

칙칙하고 잿빛으로 보이던, 흐릿했던 시야가

거짓말처럼 갑자기 밝아지면서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이 골목 상가들의 네온사인이 이토록 화려했었나?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그녀에게 다시 확인했다.

"그... 그게... 그... 그러니까 그..."

너무 긴장이 되어서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같아서 놀랐을 뿐이다.

"흐흥~ 흔찐님 많이 추우시구나!? 그렇게 떨고 계실 줄이야~"

"아... 그게 저는... 그게 아니라..."

그녀는 손으로 어떤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가리키는 곳은 다름 아닌 그녀가 주차해 놓은 그녀의 차량이었다.

"추울 테니까... 차로 집 앞까지 바래다 줄게... 히히..."

 

갑자기 그렇게 말을 놓으며 훅 들어올 줄은 몰랐다.

"저... 저는 아직 말을 안 놓았습니다만..."

"뭐야, 불만이에요!? 그럼 오빠도 편하게 말 놓으시면 되죠!"

"그... 그렇지만 저는 아직... 존댓말이 편해서..."

"흐음~ 그럼 편하신 대로 하세요!"

그렇게 나는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곳,

즉 그녀가 주차해놓은 차량을 향해 걸어갔다.

도저히 지금 벌어진 사태가 믿어지지 않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탓인지

뭔가... 맹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채 뚜벅뚜벅 걷고 있을 뿐이었다.

반면, 그녀는 나의 뒤에서 수줍은 표정으로 쫓아오듯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나는 걷고 있는 내내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있었다.

'방금 벌어졌던 일이 꿈은 아니겠지...?'

 


 

그녀와 나는 추위를 뚫고 간신히 차 앞으로 도착했다.

"쓰읍... 하... 진짜 춥다... 그쵸!?"

분명 그녀가 하는 말을 나는 잘 들렸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차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지금 나... 이분이랑 같이 이 차에 타고 가는 거 맞는 거지...?'

차 안에서 굉장히 좋은 향기가 났다.

그녀의 머릿결에서 은은하게 났던 향기와 똑같은 향기였다.

샴푸 냄새였을까.

안전벨트에 뭔가 귀여운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나도 모르게 무심결에 말해버렸다.

"하하, 이 덮개... 그쪽처럼 뭔가 귀엽네요."

"네...?"

그렇게 말해놓고 나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이상한 말을 꺼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나에게 말했다.

"무...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그렇게 아주 잠시동안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돼... 됐고! 오빠 주소 좀 불러주세요...

어디에서 내리시면 되나요...?"

"아, 그렇지 참... 주소는..."

나는 그녀에게 주소를 알려주었다.

약속 장소와 집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웠기에 금방 도착할 것 같았다.

그래서 뭔가 굉장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신호라도... 조금이라도 오래 멈춰있었으면 좋겠는데...'

신호등이 나의 마음을 알아준 건지, 마침 신호가 멈췄다.

 

생각해 보니, 아직 그녀의 휴대폰 번호도 모르고 있었다.

"저기...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저희 확실히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죠...?"

"에이, 왜 그러세요... 그렇다니까요!?"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머, 그러고 보니 저희 서로 번호도 모르고 있었네요!"

그녀도 깜빡했다는 듯, 나에게 번호를 알려주었고,

나는 그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나의 번호도 저장시켜 드렸다.

'나 방금... 여자 번호를 딴 건가...?'

차 안에서 나는 좋은 향기.

그리고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나.

그런 나의 옆에서 집중한 채 운전하는 그녀의 모습.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운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왜 이렇게 아름답고 멋있을까.

그렇게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어느덧 집 앞에 도착했다.

도착했는데...

'어... 어라...?'

갑자기 그녀가 길을 지나쳐버렸다.

"저, 저기... 길을 방금 지나치셨는데요...?"

"알고 있어요."

"... 네?"

순간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저기에는 차를 정차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저쪽에서 내려드릴게요."

"아... 그렇구나... 넵, 알겠습니다..."

그녀는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속으로 오히려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그녀와 같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에서 내린 나는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오늘 하루 정말 재밌었고... 고마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납시다...

날씨도 춥고 길이 미끄러운 것 같으니까...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오빠!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오빠도 조심히 들어가시구...

다음에 또 봬요!!"

그녀는 나를 내려주고 점점 멀어져 갔다.

 


 

2022년 12월 17일.

찐따인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소개팅을 마쳤다.

그녀와의 첫 만남...

멀어져 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한 소녀 덕분에 만날 수 있던 동기...

그리고 그 동기가 소개해준 그녀...

 

차가운 바람에 이기지 못해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부스럭...'

무언가 주머니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녀가 만들어 준 쿠키 두 개가 들어있었다.

이 추운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쿠키가

올해 나에게 있어 최고로 따뜻한 선물이었다. 

 

그녀...

미연시에서 보았던 바다빙수처럼

나의 진땀을 빼놓은 그녀.

 

그녀...

찐따의,

흔한 찐따의 그녀.

 

- 찐따, 소개팅을 하다.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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