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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 소개팅을 하다. -2-

펭찐 2022. 12. 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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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7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 찐따, 소개팅을 하다. -1-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녀.

비록 마스크로 가려져있긴 하였지만,

그녀의 수줍어하는 표정은 가릴 수 없었나 보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어색함과 수줍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잠시 동안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지만,

굉장히 추운 날씨 때문에 그녀와 나는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 히터가 있었다.

그녀는 히터 앞에 손을 비비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흐으... 날씨가 굉장히 춥네요..."

나도 가죽 장갑을 벗으며 그녀와 마찬가지로 히터 앞에 손을 비볐다.

"그... 그러게요... 요즘 날씨가 많이 추운 것 같아요..."

 

한동안 추위 속에 있어서 그런지 나의 머릿속은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는 어차피 잘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대화를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었고,

단순히 그녀가 직접 만든 쿠키가 궁금할 뿐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그녀의 귓가는 굉장히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날씨가 많이 추워서 그런 건가... 아니면,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인가...'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어느덧 차례가 되었다.

나와 그녀는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나와 그녀는 서로에게 먼저 고르시라고 양보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메뉴판을 살펴보며 말했다.

"흐음, 메뉴가 꽤 많은 것 같네요."

그녀와는 다르게 나는 적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이 정도면 메뉴가 많은 건가요?"

"제 생각에는 많은 것 같은데요!"

 

그녀는 약간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지, 매콤한 맛을 골랐다.

그에 반해, 나는 매운 것을 전혀 못 먹기 때문에 무난한 돈코츠 라멘을 골랐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네... 맛은 어떨지...'

그리고 나는 별생각 없이 자연스레 카드를 꺼내어 계산을 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앗... 흔찐씨, 그럼 커피는 제가 살게요!"

'아... 그러고 보니 두 명분을 주문해서 그런 거였구나...'

너무 깊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던 건지 그저 '왜 이렇게 비쌀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 대로는 안 돼... 정신 차려야겠다.'

 

예전에 나와 친구가 되어준 소녀와 만났던 날 이후로,

여성과 같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추위에 냉정함을 되찾았던 나는,

가게 안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도로 냉정함을 잃어 정신이 없어졌다.

그녀가 애써 식기를 꺼내어 내 자리에 가지런히 놓아주었고,

반대로 나는 그녀에게 식기를 꺼내어 자리에 가지런히 놓아주었다.

식기를 꺼내는 그 순간조차도 행동 하나하나가 굉장히 어색했다.

 

주문한 식사가 나올 때까지 잡담을 나누었다.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 오늘 갑작스럽게 나오느라 조금 정신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불렀죠?"

"앗,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오늘 시간이 안 되실 줄 알았는데,

어떤 이유로 시간이 생기신 건지..."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이야기를 건네었다.

"흐흥... 운동을 하러 나왔거든요.

마침 흔찐씨 동네 근처라서 오게 된 거예요!"

"확실히... 굉장히 가깝네요, 운동 다니시는 곳이랑..."

 

역시 그녀는 스포츠 마니아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나는 물어보았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혹시 몇 년생이신지..."

"아! 저는 99년생이에요! 흔찐씨는 요?"

'헉... 나보다 4살이나 어릴 줄이야.'

동기에게 소개를 받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동갑인 줄 알고 있었다.

동기의 여자 친구분 나이를 정확히 모르고 있던 탓이었다.

알고 보니, 동기의 여자 친구와는 같은 대학교 동아리 선후배 관계.

나와 동기의 여자 친구분과는 한 살 차이가 났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동기의 여자 친구분을 '언니'라고 지칭하여 불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통성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만나기 전에 먼저 메신저를 통해서 물어볼 수는 있었으나,

내가 워낙 말주변이 없기도 했고, 직접 만나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미리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대화의 소재가 떨어져서

직접 만났을 때 대화를 하다가 중간에 어색한 침묵이 흐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침묵 상태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나의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가 먼저 나에게 물어보았다.

"흔찐씨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현재 IT 개발부서에서 일하고 있고요...

별 볼 일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우와! 정말 신기해요! 저는 코딩 같은 거 정말 어려워서 하나도 모르겠던데..."

우중충하기 짝이 없는 이 찐따의 낮은 텐션과 시답잖은 대답에

한없이 밝은 표정으로 반응을 해주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마치... 예전에 만났던 그 소녀처럼 말이다.

 

찐따인 내가 감히 타인의 외모를 평가할 자격은 되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가 반할 정도의 아름다운 미인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시답잖은 이야기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그녀의 미소가

매일 울상을 짓기 바쁜 찐따인 나에게는 보기 좋았다.

아무튼 나 역시도 그녀에게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여쭤보았다.

"아! 저는 현재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실험 도구로 이것저것 실험 연구를 진행하고,

실험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R&D 연구를 하고 있어요!"

 

나는 또다시 당황스러워져서 속으로 생각했다.

'우왓... 어쩐지 굉장한 엘리트였잖아!'

약간 의기소침해진 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 그런데 어째서 저 같은 놈을 만나는 것을 오케이 하신 건지..."

이미 말해놓고는 '앗,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라고 생각해 버렸다.

눈을 내리깔고 있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는데,

그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런 게 중요한가요~?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혹시 이분... 대인배 천사인 걸까...

 

나는 뉘우치듯 대답했다.

"으으, 죄송해요... 이런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저도 모르게 그만..."

"그런 거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나저나, 계속 말 안 놓으실 건가요!?"

"네...? 아... 저는 학창 시절,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동급생들에게 존댓말을 썼기 때문에 이게 편합니다..."

"으잉? 진짜요!? 대애박..."

나는 멋쩍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바보같이 앉아있었다.

"그럼 흔찐님이 편하신 대로 부르세요!

그나저나, 흔찐님은 연애 몇 번 해보셨어요?"

 

누가 봐도 연애경험 없어 보이게 생겼는데...

알면서 물어본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일까.

"저는... 한 번도 연애해 본 적 없습니다...

소개팅을 하는 것도 그쪽이 처음이에요..."

"우와... 제가 처음이군요... 뭔가, 쑥스럽네요! ㅎㅎ..."

반대로, 나 역시도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저기, 실례지만 그쪽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주문했던 식사가 나와버렸다.

"주문하신 돈코츠 라멘 나왔습니다! 어느 분이신가요?"

"앗... 저입니다..."

뭔가 어색해져서 나는 우선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 2편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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