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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 주말 약속을 나가다.

펭찐 2022. 12. 1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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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말 토요일.

저번에 갑작스레 동기에게 연락이 왔었고,

얼떨결에 약속이 잡혔었다.

 

나는 금요일에 본가로 내려왔다.

날씨가 추워져서 겨울용 신발을 사기 위해 쇼핑도 해야 했고,

가족들과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약 3달 전에 갔던 그 미용실에 예약을 잡아두었다.

그래서 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짐을 챙겨 본가로 내려왔다.

 

그때 굉장히 피곤해서 오후 9시경에 잠들었던 것 같았다.

그대로 푹 잠들었으면 모르겠으나,

역시나 불면증은 나를 호락호락하게 잠들도록 하지 않았다.

나는 오후 11시 40분 즈음에 깨버렸고,

때문에 그대로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버렸다.

 

오전 11시.

부모님께서 쇼핑을 하러 나가자고 하셨다.

신발을 사러 갔는데, 굉장히 비쌌다.

슬리퍼 같은 야외 활동용 겨울 신발을 구매했다.

신어봤는데 굉장히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슬리퍼 같은 신발의 가격은 약 69,000원 정도 했다.

'에휴... 그래도 필요하니까 사긴 해야겠지...'

 

오후 1시 30분경.

나는 신발을 구매하고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점심은 칼국수를 먹었다.

굉장히 푸짐하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그래서 좀 걱정되기 시작했다.

'저녁때 동기랑 같이 저녁도 먹어야 할 텐데...'

 

점심을 먹고 나서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2시 30분이 되어있었다.

미용실 예약은 오후 3시 30분에 잡혀있는 상태.

나는 오후 3시가 되기 전까지 잠시 누워있었다.

잠을 설치는 바람에 굉장히 피곤해졌기 때문이었다.

 

잠깐 누워있었는데 어느덧 벌써 30분이 금방 지나가 있었다.

동기는 메신저로 '오후 4시에 볼까?'라고 물어봤고,

머리를 자르면 시간이 그쯤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자고 답변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오후 3시에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역시 주말이라서 사람들이 많구나...'

오후 4시가 되어도 다 못 자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동기에게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메신저를 보냈다.

 

예전에 나의 머리를 손질해주셨던 선생님에게 예약을 잡았었다.

그래서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오옹~ 그때 오셨던 분이네용?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음... 여기에 제가 9월 13일에 왔었거든요...

그래서 3달 전으로 돌려주세요..."

이렇게 말하긴 했는데 조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 근데 여기 처음 왔을 때, 제가 머리를 길렀는데...

그때처럼 머리를 기를까 고민이 됩니다..."

"에이~ 그냥 자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머리가 뜨는 머리라서 그때처럼 다운펌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엇... 그럼...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한... 15분? 정도 걸릴 거예요."

가격이 얼마나 나올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뭐... 어차피 3달 전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거니까...'

그러나 딱히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기에,

굳이 이렇게 돈을 들여가며 다운펌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걱정대로 사람들이 많아 바쁘셔서 그런지

뭔가... 너무 정신없이 머리를 자르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나는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미용실에 올 시간이 이때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4시가 되었다.

동기는 벌써 도착을 했다고 메신저를 보냈다.

나는 아직 미용실에 있다고 대답했더니,

동기는 내가 있는 미용실로 가서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밖이 꽤나 쌀쌀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다운펌을 하고 있는 동안에 동기가 왔다.

동기는 오랜만에 본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게 동기는 휴대폰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굉장히 눈치가 보였다.

아까 물어봤던 시간이었던 15분이 훨씬 넘어버린 지 오래였고,

사람들이 많아서 상당히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다.

 

동기도 슬슬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더욱 눈치가 보였다.

'그냥 대충 잘라달라고 할 걸 그랬나...'

그렇게 눈치를 보는 동안 나는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내가 너무 찐따라 존재감이 없어서 잊힌 걸까...'

그러자 다행히 그제야 내 차례가 왔나 보다.

나는 머리를 감고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머리는 우스꽝스럽게 젖은 상태.

게다가 창문을 열어놔서 굉장히 추웠다.

'당최 언제쯤 다시 내 차례가 오려나...'

그렇게 약 10분을 더 기다린 끝에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번에 자르셨을 때 굉장히 어울리셨는데...

요즘 살이 많이 빠지셔서 저번에 왔을 때보다 더 잘생겨지신 것 같아요~"

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어봤다.

"엇... 그 멘트는... 약간 비즈니스적 멘트 아닌가요..."

"에이~ 저는 아양 떨고 그런 거 잘 못 해요!"

...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일단 머리 스타일도 그때와는 다르게 마음에 들진 않았다.

 

아무튼 나는 기다리는 동기의 눈치를 보면서 간신히 머리를 잘랐다.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마치고 나는 영수증을 확인했다.

'무... 뭣이... 45,000원이라고...??'

오늘 하루 동안 1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써버렸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도 잠시였다.

머리 손질하는 시간이 생각했던 시간보다 굉장히 오래 걸렸기에,

나는 우선 동기에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동기는 괜찮지는 않지만 괜찮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해졌다.

때문에 뭔가라도 대접해주고는 싶었으나,

오늘 하루에 쓴 돈이 너무 많이 나가서

나에게 남아있는 돈이 없었다.

 

동기와 나는 근처 카페로 갔다.

나는 카페인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에이드를 마시기로 했다.

그래서 메뉴를 고르는데, 나는 또다시 속으로 기겁을 했다.

'무... 무슨 에이드 한 잔에 6,000원이야...'

나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압도당하기 시작했다.

'대체 오늘 하루에 얼마를 쓴 거지... ㅠㅅ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머금고 계산을 했다.

 

동기가 카페 매장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 올림픽이 벌어졌다.

동기는 현재 경력 2년이 좀 넘었다.

저번에 이야기했던 대로 이직을 위해 퇴사했다고 이야기했다.

동기가 2년 동안 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히키코모리 백수였기 때문에 내심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동기는 현재 대기업 공채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동기는 꽤 오래전부터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둔 현재, 여자 친구에게 잠시 신세를 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벌어둔 돈이 있기 때문에

여자 친구와 같이 월세를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할수록 뭔가 우울해졌다.

'나는... 여자 친구는커녕,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막막한데...

나는...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온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계속 우울해졌다.

 

동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재미있는 것을 많이 해본 것 같았다.

동기는 키오스크 개발자, 즉 MFC 개발자다.

때문에 Win32 라이브러리로 이것저것 많은 장난질을 해봤다고 썰을 풀었다.

뭐... 우선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헤에~'를 연발했다.

솔직히 나는 잘하고 싶거나 출세하고픈 욕심은 전혀 없기 때문에

단지 영혼 없는 감탄사로써의 추임새에 불과하였다.

 

어제 하루 종일 나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그저...

'죽고 싶다.'

나는 내 나이 또래들의 마인드와는 전혀 다르다.

보통 내 나이에는 동기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나는 남들과는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찐따>이기 때문이다.

분명, 동기와 나는 같은 나이에 같은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서로 살고 있는 세상은 전혀 다르다.

나는 대답했다.

"미안... 솔직히 나는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

어차피 몇 년 뒤에 죽을 계획이라서 공감이 잘 안 되네... ㅎㅎ..."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돈에 대한 욕심은 버린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물가가 올라서 먹고사는 데에 문제가 생기는 수준이다.

그래서 나는 많은 부를 원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죽기 전까지는,

당장에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취미생활도 애니를 보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나는 애니를 보기 위해 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인생일까...'

예전부터 항상 이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애니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이와 연애를 하는 것도,

어떤 꿈을 가지고 목표를 세우는 것도,

나는 그 무엇 하나 이룬 것도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

애니라는 허상 속 세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인생.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

그러나 남들은 손쉽게, 혹은 노력해서 얻어내는 것.

현재 내 또래들과 나와의 차이점이라면 그것이 아닐까.

죽음을 계획하면서 죽는 날짜를 결정해둔 상태이지만,

이것을 과연 꿈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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