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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 소개팅을 하다. -1-

펭찐 2022. 12. 1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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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나 같은 찐따는 절대로 불가능한...

인싸들이나 할 수 있는 이벤트인 줄로만 알았다.

이토록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찐따인 내가,

소개팅이라는 것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본래, 다음 주에 만나기로 일정이 잡혀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집에서 뒹굴거리며 애니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태한 상태로 애니를 보다가 슬슬 잠이 오려던 찰나,

그때 갑자기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흔찐님, 제가 오늘 쿠키를 만들었는데...

혹시 오늘 시간 되시나요?'

 

순간 졸음이 확 깨버리는 메시지.

나는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계속 망설였다.

'헉...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지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보상으로 '수제쿠키'라는 엄청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

그래서 나는 남는 게 시간이라고 답장을 했다.

'흔찐님, 제가 지금 그쪽으로 운전해서 가는 중이거든요.

혹시 저녁 아직 안 드셨으면 같이 식사하실래요?'

 

저녁 식사라니...

나는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나는 차는커녕 운전면허도 없어서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또다시 그녀에게 어떻게 답장을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자 또다시 메시지가 왔다.

'흔찐님은 어떤 거 드시고 싶으세요!?'

가뜩이나 멘붕상태에 빠진 나는 더더욱 혼돈의 도가니 상태였다.

어떻게든 답장을 해야 했기에, 결국 나는 그녀에게 물어봤다.

'어... 음... 그쪽은 혹시 어떤 음식 좋아하시나요...?'

그녀는 고기를 좋아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 날에 고기를 먹는 것은 좀 부담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

뭐가 좋을지 고민을 하던 끝에 나는,

가볍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돈가스가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답장을 보냈다.

'흠... 날씨도 추운데, 흔찐님이 일식 좋아하신다고 하셨으니까...

라멘 먹으러 갈래요?!'

확실히 라멘이라면 부담도 없고 적당할 것 같았기에,

나는 흔쾌히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녀는 오후 6시 40분 즈음에 도착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현재 오후 5시 50분이니까 약 50분 정도 남은 상황.

때문에 준비를 하는 데에도 굉장히 정신이 없었다.

무엇을 입고 가야 할지, 어떻게 차려입는 것이 더 나을지...

뭔가 하나도 준비가 안 되어있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평상시에 입고 다니던 옷을 입고 나갔다.

 

오늘 오후 6시 10분경.

밖이 굉장히 추웠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약속 장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약속 장소는 내가 살고 있는 걸어가면 집에서 약 10분 거리였다.

다만, 나는 심각한 방향치에 길치다.

때문에 길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해서

이토록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약속 장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6시 25분경.

다행히 약속 장소까지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온 것 같았다.

아무래도 동네라서 덜 헤매었던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서 지낸 지 20년이 넘은 완전 토박이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이 동네 구조를 잘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어디 나갈 일 없는 방구석 찐따니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약속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 있으면 도착하실 텐데... 으으... 추워서 그런지 더 긴장되네...'

 

칼바람이 불어오는 식당 골목 사이로

약속 장소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한 여자가 있었다.

휴대폰을 바라보며 메신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연한 갈색과 살구빛이 감도는 긴 머리카락.

그런 바람이 춥고 짜증 나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통해 머리를 신경 쓰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녀였다.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으려고 하였으나,

선뜻 입을 여는 것이 낯설었기에 망설여졌다.

그래서 휴대폰을 꺼내어 메신저를 보내서 나를 확인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나는 가죽 장갑을 쓰고 있어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나는 어물쩍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흠흠... 저... 저기..."

"네...? 어머, 혹시 흔찐님...??"

그렇게 나의 인생 첫 소개팅이 시작되었다.

 

- 1편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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