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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 소개팅을 하게 되다.

펭찐 2022. 12. 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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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The Game is On ~Sherlock OST~

 


 

 

아마 이 글의 제목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을 할 것이다.

'아니, 이 찐따 새끼가 뭔 개소리를 하는 거지?'

나 역시도 좀 믿기 어렵다.

소개팅이라니...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소개팅...

 

시간은 거슬러 올라 동기와 약속해서 만났던 그때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때 나는 동기에게도 이야기했다.

"나는 이번 생에 별로 미련 같은 것도 없고...

어차피 오래 살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일찍 죽을 몸이라서 어떤 욕심이나 원하는 것도 없어..."

 

그렇게 저번 주에 약속을 잡아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동기를 집으로 보낸 뒤에 나는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었다.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

굉장히 우울해진 나는 일을 하기가 싫었다.

원래 일 하기 싫긴 했지만, 그날만큼은 더더욱 하기 싫었다.

'역시 나는... 누군가와 만나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우울함에 빠져 이부자리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

일은 뒷전이고 애니나 보고 있었다.

그때 동기에게 메신저가 왔다.

'왜 이렇게 죽상이야'

지금 나를 감시하고 있던 건지 살짝 소름이 돋았다.

아니면 혹시 엉덩국의 작품 <애기 공룡 둘리> 드립을 치려는 건지 헷갈리는 메시지였다.

맥락상 엊그제 봤던 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답장을 보냈다.

'뭐... 그때도 말했듯이... 내가 워낙 텐션이 낮아서...'

그러자 동기가 말했다.

'아, 새끼 보소... 안 되겠다. 너 여자 좀 만나고 그래야 할 거 같다.

내가 봤을 때, 너는 짝이 필요해.'

 

그러더니 자기 여자 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굉장히 당황스러워진 나는 대답했다.

'나 같은 찐따한테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나는 어차피 오래 살 것도 아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솔직히 어떤 여자가 나를 좋아하겠니?

만약 내가 여자라면, 나는 나를 절대로 안 만날 건데...'

 

그러자 동기가 답장을 보냈다.

'아, 거 잔말이 많네. 됐고, 사진이나 보내.'

나는 답장을 보냈다.

'미안한데... 거짓말 안 치고 나 사진 하나도 없어...

예전에 몽땅 다 태워버렸거든...'

 

동기는 'ㄷㄷ' 한 마디를 치고는 이어서 답장을 보냈다.

'너 그때 나랑 약속 잡은 날에 미용실에서 머리 이쁘게 잘랐잖아.

셀카 한번 잘 찍어서 보내봐.'

동기는 나를 계속 당황시켰다.

'미안... <고로시> 당할 거 같아서 셀카는 차마 못 찍겠어...'

찐따들이 인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싸들 역시 절대로 찐따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기는 나를 재촉했다.

'그냥 아무 사진이나 보내봐'

나는 하는 수 없이 남은 사진이 있나 찾기 시작했다.

한참 고민하던 끝에 생각이 났다.

예전에 사회로의 진출을 위해서 면접용으로 첨부한 증명사진이 있었다.

나는 구직 사이트에 올렸던 증명사진을 캡처해서 동기에게 보냈다.

'이거면 될까...?'

그러자 동기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을 남발했다.

'그럴 줄 알았어... 이래서 싫었던 건데...'

 

동기는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야, 이미지 사이즈가 작아서 너무 퍼져있잖아...

이거 말고는 다른 사진 전혀 없는 거야?'

'응... 그것밖에 없어...

근데... 나만 보내는 거야...?'

'당연히 상대도 사진 보내주겠지.

그리고 상대도 그렇게 이쁜 건 아니라서 부담 갖지 마.'

솔직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인가...

애초에 나 같은 찐따가 외모를 논하고 따질 자격이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위의 생각 그대로 답장을 보냈고,

이에 동기가 답장을 보냈다.

'ㅋㅋㅋ 알았어. 그 애한테 한번 잘 얘기해볼게.'

 

그렇게 정신없는 월요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 목요일.

동기에게 답장이 왔다.

'야, 흔찐아. 그 애한테 네가 보내줬던 사진 보여줬어.

그랬더니 맘에 든다고, 좋다고 하더라.'

답장을 읽은 나는 머리 위에 그저 수없이 많은 물음표가 그려졌다.

'엥...? 이미지 사이즈 이상해서 싫어할 것 같았는데...

더군다나 셀카도 아니고 면접용 사진인데...

응...? 아니 아니, 이게 아니잖아...

이토록 못생긴 찐따 같은 상판대기가 뭐가 좋다는 건지...

전혀... 모르겠네...?'

 

그래서 나는 동기에게 물어봤다.

'난...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안 됐어...

면상 정말 빻은 찐따 새끼인 내가 좋다고...?

지금 장난치는 거지...?'

그러자 동기는 진지하게 답장했다.

'면상으로 빠꾸 먹는 경우는 거의 없어.

설령, 네가 찐따라고 해도 말이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지만, 나는 답장을 보냈다.

'그냥... 대놓고 거절을 잘 못 해서 그런 거 아닐까...?

내가 워낙 찐따 새끼라서 이럴 리가 없거든...

게다가 나는 밖에 절대 안 나가는 집돌이에다가,

텐션도 정말 낮은데, 말주변도 하나도 없고...

술도 못 마시고 애니만 쳐 보기만 하는 놈인데...

어떻게 소개팅을 할 수 있겠니...'

 

그러자 동기는 쿨하게 답장을 보냈다.

'직접 만나서 서로 마음 잘 맞는지 확인하고,

같이 이야기해보면 되는 거지...

얘가 오늘 직장에 송년회 있다고 그래서

내일쯤 채팅방 만들어서 초대해줄게.

무튼, 잘해봐라. ㅎㅎ'

 

그리고는 상대방의 프로필을 나에게 보내줬다.

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 분명 예쁜 편은 아니라고 했으면서...

나... 나에게는... 나 같은 찐따한테는...

너무... 과분한 사람이야...'

아마 소개팅 가서 이상한 개소리 했다가 완전히 망신당하고

그대로 멘탈이 작살난 채로 돌아올 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안 될 게 뻔한데... 굳이 가는 게 맞는 걸까...'

 

찐따인 내가 연애라니...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분명히 안 될 것이 뻔하다.

나는 아직도 빠꾸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할 따름이지만,

그럼에도 기쁜 마음이 들진 않는다.

아무래도 안 될 것을 알기 때문에 기대조차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얼떨결에 잡힌 소개팅...

그리고 어차피 안 될 것을 알고 있는,

내 주제 파악을 하고 있는 찐따인 나.

이런 나를 만났을 때, 상대방은 어떤 기분이 들까.

경멸과 혐오가 담긴 시선을 받게 될까.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회피할까.

그것도 아니면 미리 약속 장소에 나와서 직접 나의 모습을 확인하고서는

'미안해요, 저 약속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요...'라며 도망가버릴까.

이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하다.

 

욕심을 비우면 마음이 편해진다.

때문에 모든 욕심을 비우고 이 세상과 작별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연애는 그저 허상에 불과할 뿐인 찐따인 나에게는,

그 어떤 결과가 닥치더라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또한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치를 축적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그래, 뭐...

학창 시절에 지겹도록 겪어봤으니까...

이제는 익숙해져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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