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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 소개팅을 하다. -6-

펭찐 2022. 12. 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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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을 바꿔주었던 소녀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는 잠시 목이 타는 바람에 에이드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여기서 갑자기 뜬금없이 왜 소녀의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더욱 긴장이 되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학창 시절 내내 찐따였습니다.

때문에 친구 한 명 사귈 기회조차 없었던 저에게...

친절을 베풀며 다가왔던 한 소녀가 있었어요."

"소녀...요?"

그녀의 말똥말똥한 눈동자를 바라보기가 굉장히 부끄러웠다.

아직까지 나는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것은 벅찬 일인 것 같다.

나는 눈을 어디에다가 둘지 몰라서 요리조리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학창 시절동안... 저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늘 혼자 밥 먹고, 늘 혼자 다니고...

그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지내다가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을 한 뒤로 만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죠..."

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게... 정말 가능한가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뭐... 저를 보시면 딱 아시지 않겠습니까...?

뭐... 저는 딱 봐도... 찐따처럼 생겼잖아요... ㅎㅎ..."

 

그녀는 또다시 아까와 같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여전히 그 표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지으실 줄은 몰랐어요...

저는 제 나름대로 그쪽이 웃으시라고 드린 이야기입니다.

음, 뭐... 재미없었다면 사과드릴게요..."

나는 속으로 '최악이다...'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나에게 말했다.

"흔찐님이 과거에 많이 힘드셨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슬퍼질 수밖에 없죠..."

 

나는 이때 발언한 그녀의 이야기가 지금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당시의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였나?

나는 동정을 구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녀의 반응에 마치 내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뭔가...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나는 내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찐따인지 말씀을 드리고자 했을 뿐인데...

 

아무튼 나는 이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굉장히 많이 나아진 겁니다.

예전에... 그러니까 그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을 굉장히 많이 더듬었고...

식당이나 상점에서 주문하는 것조차 못했습니다.

그 정도로... 저는 굉장히 심각했었죠."

여전히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저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

저와 친구가 되어주었던 바로 그 소녀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블로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였다.

"저희 아까 전에 이야기를 하면서 아시겠지만...

제 취미는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원래는 공책에 계속 일기를 적고 있었지만,

블로그에도 가끔씩 일기를 썼어요.

그때 우연히 그 소녀가 제 일기를 본 겁니다.

그 소녀는 댓글로 저에게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인터넷상 익명으로부터의 낯선 사람의 부탁이었기에

저는 처음에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소녀는 저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렇게 해서 저와 그 소녀는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살폈다.

혹시라도 불쾌해하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았지만,

그녀도 연애 경험이 꽤나 풍부한 편인지,

아니면 나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신기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불쾌하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한없이 맑은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카르마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그거 업보 말씀하시는 거죠?"

"맞습니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논리이지만,

저는 이 카르마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럴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 소녀를 만났다는 큰 행운을 얻은 대신에,

나에게 찾아온 또 다른 불행.

그 또 다른 불행이란, 예전에 수술했던 지병이 다시 재발했던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나를 걱정하는 듯 물어보았다.

"지금은... 괜찮으신 건가요...?"

"네, 보시다시피 아주 멀쩡합니다.

다만... 진통제를 먹고 있긴 하지만요.

예전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을 정도로 심각했었는데,

지금은 정상적으로 사회생활도 하고 있으니까요..."

"힝... 정말 힘드셨겠어요... ㅠㅅㅠ"

"아하하... 그때는 정말 힘들었죠.

그런 힘든 시기에도... 그 소녀는 저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소녀 덕분에 저는 그 힘들었던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죠..."

 

그리고 나는 또다시 고민이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녀와 함께 있던 그 일들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전부 해도 괜찮은 걸까.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역시... 그때의 소녀와 함께 보낸 추억들은...

나의 기억 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소녀의 존재,

그리고 그 소녀와 만나고 내가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계속 이야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도 그녀가 겪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도... 요즘 사회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힘든 일이 있었어요."

 

- 6편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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