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한 다음에 죽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뭔가 하는 거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알지만, 뭔가를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을 가지고 왈가불가하는 것 역시 무의미한 것 아닌가.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피해겠지만, 이 불편한 생각만큼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곧 떠날 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가능했던 일이다. 악몽 꾸는 것이 싫어서 최대한 깨어있기 위해 소량의 카페인을 섭취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카페를 혼자 가봤다. 커피셔틀을 할 때 말고는 의지를 가지고 혼자서 와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공황상태가 왔다. 무엇을 주문해야 하는지, 그냥 가지고 나갈 건지, 안에 있을거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런 사소한 것들을 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