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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찐따의 인생, 연말 회고록 - 제 1장

펭찐 2020. 12. 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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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Silent Night Holy Night (X-Max Song) Inst.

 

 

찐따의 인생

12월의 연말 회고록

- 제 1장 -

 

2020년.

스스로 능동적으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스스로 무언가 이룬 것 하나 없이

어느덧 12월, 연말이 다가왔고

나이만 처먹고 있는 쓸모없는 존재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도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20/10/27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 찐따의 악몽

2020/11/20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 찐따의 또다른 악몽

나는 늘 악몽에 시달렸다. 수면제에 의존하다가 불현듯 그 수면제에 면역이 생기면 유일하게 의존할 곳이 사라질 것만 같은 불안감에 수면제를 먹지 않고 매일 같은 악몽에 시달리면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다. 늘 같은 곳에서 시작하는 꿈. 졸업한 지 한참이나 된 학교에서 시작해 그들이 나를 계속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그런 악몽에 시달리며 발작하면서 일어나면 또다시 잠들기가 무서워진다. 그래서 이 나이를 처먹고도 밤을 지새우면서 병신같이 눈물을 흘리며 질질 짤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기에 눈이 피로에 찌들어 저절로 감길 때까지 계속 피로를 누적시켜서 기절하듯 잠드는 방법밖엔 없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빈도가 줄었지만, 가끔씩 꿈을 꿀 때도 있어서 지긋지긋하다.

 

2020/03/31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 아카이브] - 찐따의 학창시절: 초등학교

내가 극복하지 못한 학창 시절의 트라우마. 그리고 수십 년이 흘렀어도 그 일들을 투영하는 악몽.

상대가 단독이든 다수든 상관없이 정신적으로 공격받고, 끌려가서 맞고. 당시에 나는 내가 찐따임을 강하게 부정했고 나에게 찐따라고 부르면 화를 내며 발끈했고 하루하루 정신승리와 합리화를 하면서 그렇게 나는 학창 시절을 보내왔다. 학교에서는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것을 가르치지만 어딜 감히 찐따가 쉽사리 해낼 수 있는 올바른 방법론은 아니었다.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나를 괴롭히는 강도는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2020/05/12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 아카이브] - 찐특, 찐따 특징 정리

상대방이 나를 계속 괴롭히며 압박할 때마다 나는 그들 앞에서는 복종하고 뒤에서는 증오했다. 그렇기에 성격은 점점 더 괴팍하게 변해갔고 매사에 부정적으로 변해갔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삐딱해졌고 찌질한 반항심에 이기적으로 행동했다. 나에게는 늘 계획은 있었다. 처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능동적인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지 못했고, 자존감은 갈수록 바닥을 기어갔으며 더욱 소극적이고 소심하게 변해갔다.

 

2020/04/08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 아카이브] - 디시위키에 작성된 '찐따'에 관하여

나는 찐따니까.

그래서 나는 찐따가 되었으니까.

스스로 바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늘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자기 위로를 하고

생산성 없는 헛된 망상에 그쳤다.

항상. 매일. 항상 매일. 매일 항상.

그렇게 하루하루 인생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외톨이가 되었고,

그래서 나는 친구가 없었고,

그래서 나는 찐따가 되었다.

 

2020/04/08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 아카이브] - 찐따들의 공생관계에 대하여

다른 찐따들에게도 배척받으면서 환영받지 못하는, 무시받았는 존재가 되었다. 다시 말해 찐따들 사이에서 공생관계도 구성하지 못했다. 나는 독보적으로 찐따였으니까.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사실 그 친구들은 찐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감히 나 같은 찐따가 그 친구들을 평가할 자격이나 있을까. 적어도 그들은 그들만의 관심사와 취미를 공유하는 법을 서로 간에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눈살 찌푸리는 그룹이겠지만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그들이지만 나는 굉장히 부러웠다. 나는 친구를 절실히 원했으니까.

 

2020/07/14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 아카이브] - 나는 경계선 지능장애인가

시간이 흘러 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정신연령은 유아 수준에 불과한데 어느덧 내 나이는 성인 딱지가 붙어있었다. 이번 달이 지나면 또 정신은 성장하지 못한 채 나이만 한 살 더 처먹게 된다. 병신같이 과거를 잊지 못해 악몽에 시달리기나 하면서 너무 나약해 빠져 가지고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인생을 계속 망가뜨려갔다. 행동하는 것 하나하나가 답답하기만 하고 사람 눈도 제대로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고 대화하는 것도 어눌하고 서툴렀다. 나에게 정말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진지한 생각과 고민이 들었다.

 

2020/04/01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 아카이브] - 찐따가 찐따임을 깨달을 때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고, 실타래 같은 인과관계는 기승전결로 구성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슬슬 나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직감하게 되었고, '아, 나는 찐따구나.'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선뜻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하게 된다면 이미 지금도 인생 패배자지만 더 패배하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그래서 인정하지 않았고, 끝까지 우기면서 발끈했었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더 좋지 않게 흘러만 갔고, 내 찌질함이 더 역해져 사람들은 정이 다해 하나둘 내 곁을 떠나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꼴인 격일까. 아니면 기승전결 법칙대로 이제 결론에 다다른 것일까. 그래서 26년 만에 비로소 힘든 결정을 하게 되었다.

 

2020/03/30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 아카이브] - 나는 찐따다

시간이 흘러 나는 강제적으로 어떤 그룹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사회생활 경험도 없었고 할 줄도 모르기에 얼버무리며 '내 차례가 오면 어쩌지'라는 생각만 들었고 병신같이 쭈그리고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가던 시점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내 차례가 된 것이다. 어버버 하다가 숨이 턱 막히는 긴 정적이 흘렀고, 이전에 다짐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이제 슬슬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포기 선언. 솔직히 어차피 인정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는 것 또한 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나는 어떤 그룹에 들어가도 결국 배척받고 따돌림당하는 아싸 신세가 될 것이 뻔했으니까. 그래서 이제 될 대로 되어버리라는 식으로 나는 나의 소개를 이렇게 시작했다. 아예 대놓고 질렀다.

"저는... 찐따입니다."

분명 초면이지만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굉장히 부끄러워서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 찾아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큰 짐덩이를 하나 내려놓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2020년, 이 한마디가 올해 벌어졌던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2020/04/07 - [분류 전체보기] - 찐따의 자기소개

2020/11/02 - [분류 전체보기] - 찐따 격리소

아무도 보러 오지 않을 이 조그마한 블로그를 만들어서 나의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과거와 내가 찐따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 자신을 소개하면서 스스로가 숙연해지고 반성하는 마음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헛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진정으로 실감하게 되었고, 왜 진작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발악하면서 내가 찐따라는 사실을 부정했을까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나이는 처먹을 대로 처먹었기 때문에 시기를 놓쳤고,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나의 학창 시절은 진작 끝났고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제 선택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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