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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가 찐따임을 깨달을 때

펭찐 2020. 4. 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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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인 내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자주 듣는 말이 떠오른다.

"제발 좀 니 주제를 알고 깝쳐."

인과응보, 자업자득. 주제를 모르고 나대서 내가 찐따인 결정적인 이유인 듯 싶다.

 

주제 파악. 찐따가 찐따라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언제일까.

나는 내가 찐따라는 것을 깨우친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쩌면 찐따가 된 그 순간부터 내면에서는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지 않았을까.

내가 찐따가 되었던 아주 오래전 부터 '너는 찐따니?'라고 내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응, 맞아. 나는 찐따야.'라고 충분히 자문자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위의 짤방에 나오는 주인공은 비록 본인이 아니지만, 타인이 나에 대해 찐따냐고 물었을 때 나 역시 저런 식으로 똑같이 거품 물면서 발끈했다.

살찐 사람한테 "너 돼지냐?"라고 물었을 때 "그러는 니는 잘생겼냐?"라고 발끈하며 맞받아치듯,

흑인들이 흑인들 사이에서 '니거(Nigger)'라고 부르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인종이 똑같이 니거라고 부르면 안 되듯이 말이다.

이를 두고 '팩트 폭행'이라고 하던가. 나 자신의 약점을 타인이 콕 집어서 건드리면 기분이 나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런데 방금 예시를 들면서도 비교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인신공격과 인종차별은 찐따한테 찐따라고 부르는 것과 동일 시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이전에 찐따는 눈치 없고 재수 없게 굴어서 순전히 본인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에 찐따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보호적 행동이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본능적인 것일까?

찐따인 나에게 과연 아직까지도 자존심이라는 것이 남아있을까?

만약 남아있다면, 이미 조롱거리로 전락한 신세인 주제에 아직까지도 알량한 자존심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며 우스운 일 아닐까?

학창 시절, 주변에서 갈구고 괴롭힐 때 눈치보기 바쁘고 반격해볼 시도도 안 하고 당해주면서 왜 '찐따새끼'라고 부르는 것만큼은 그토록 참을 수 없었던 것일까?

상대방의 시선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면 내가 찐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도 과연 학창 시절을 순탄하게 보낼 수 있었을까?

 

알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것은 늘 고통이 따르는 것 같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굉장히 힘이 든다.

살면서 봐왔던 문학이라고는 일본 애니와 망가가 전부인 씹덕에다가 찐따 새끼인 나에게 인문학적인 고찰은 역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식견이 부족하니 생각조차 하기도 버겁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천재들과 현자들의 지혜를 나는 배우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여긴다.

하긴. 돌이켜보면 머리에 든 건 없는 주제에 꼴에 자존심은 남아있었는지 무시 안 당하려고 쿨한 척,

아는 척 했다가 금세 들통나 참교육당했으면서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밖에서 "너 찐따 새끼냐?"라고 물었을 때,

"그러는 지는 거울이나 보고 얘기하든가" 혹은 "그런 말 들으면 기분 나쁘거든?"이라고 맞받아치며 속으로 엄청 부들부들하면서 발끈했었다.

그것도 아니면 귀에 이어폰 꼽고 안 들리는 척 했었다.

그렇게 대답한 것, 발끈한 것에 대한 참회의 시간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있고,

더 이상 그러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맞아... 인정하긴 싫었는데 나 진짜로 찐따 맞아. 미안해."라고 대답한다.

찐따임을 부정하든 긍정하든 달라지는 것은 없긴 매한가지다.

타인에게 내가 찐따인 것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 역시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나에 대한 취급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미 수십 년에 걸쳐 완성된 찐따 아우라는 없애기 힘들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죽기 전까지 영원히 찐따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최소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찐따인 내 자신이 부끄럽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찐따인 건 변함이 없는 사실인 걸.

진실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그만큼 힘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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