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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28년에 걸쳐 완성된 나의 이야기에 대하여.

펭찐 2022. 12. 1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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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Shelock Opening Title ~Shelock OST~

 


 

 

까불거리며 신나게 나댔던 초등학생 시절에서부터,

방구석에 처박혀 히키코모리 백수가 되어버린 어느 한 찐따의 이야기.

그리고 한 소녀를 만난 뒤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28년에 걸쳐 완성된 나의 이야기에 대하여.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서

인간이라는 종족의 특성상 사회를 이루고,

이윽고 문명을 이룩하며 그 안에서 살아간다.

 

문명을 이룩하면서 벌어졌던 난세의 시대.

그리고 난세가 만들어낸 영웅호걸들의 이야기.

천재들의 뛰어난 업적과 그들을 찬양하며 기리기 위한 위인전.

모두가 동경하고,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런 무용담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회>라는 난세 속 <찐따>라는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

 

한 소녀를 만나기 전, 나는 이 세상과 작별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러나 소녀를 만난 이후로 나는 속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만 했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었다.

수많은 고심 끝에 내렸던 나의 결론은,

이토록 의미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이유를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기록을 하기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하나, 나는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하찮고 같잖은 나의 인생에 모든 행운을 전부 쏟아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진다.

물론, 어떤 과학적인 근거나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정하기 싫지만, 나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갔던 적이 없었다.

나의 인생에 남아있는 행운을 모두 쏟아버린 만큼,

이제 나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불행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인생의 끝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런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나에게 남은 최고의 축복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기술한 대로 나는 기록을 하기 위해 목숨을 연명하였고,

죽기 전에 무언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잠들기 전,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긴 하지만,

28년이라는 기나 긴 여정에 대해서는

서사의 흐름대로 일기를 작성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전 글에서도 작성했던 바 있듯이,

이 찐따에게 소개팅이라는 매우 어렵고, 크나 큰 인생 과제가 주어진 상황이다.

소개를 받은 그녀에게, 나에게 있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녀를 알게 되기까지 겪었던 지난 모든 일들이

굉장히 복잡한 인과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아직 소개팅 자리에 나가진 않았지만, 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던 끝에,

나는 이것을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소개를 받게 된 그녀를 만나기 전, 연락이 끊겼던 동기에게 연락이 왔었고,

그 동기에게 연락이 오기 전, 나는 사회로 진출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사회로 진출을 하기 전에 동기를 만날 수 있던 이유가 과연 무엇 때문이었는지...

나의 인생을 바꿔준 소녀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나는 학창 시절은 과연 어떻게 보내왔었는지.

그리고... 결국 나는 왜 찐따가 되었는지.

이 모든 일화들이 전부 복잡하게 엮여있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소개받은 그녀도 상당히 궁금해하는 눈치다.

그래서 어쩌면 소개받은 그녀도 실은 내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이 찐따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에 응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난세를 화려하게 살아갔던 영웅호걸들과는 다르게,

나의 인생, 나의 이야기는 밝고 희망차고 재미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굉장히 따분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의 연속일 뿐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

 

지금까지는 익명으로서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보는 사람도 별로 없고 관심도 없는 듣보잡 이 블로그에

나의 사실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나아갔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에서 이 지독한 이야기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죽기 전,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부딪혀보라는 마지막 시련인 것 같다.

타인으로부터 일말의 공감과 동정심조차 느낄 수 없는 <찐따>의 지독한 일생에 대하여...

이 찐따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상대방이 불쾌하다 할지라도 거짓된 이야기로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말도 안 되겠지만, 정말로 운이 따라주어 애인으로 발전하게 될 사람이라면,

특히 더더욱 나 자신에 대하여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현재까지는 그녀도 나 자신이 찐따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그때 보냈던 사진만 보더라도 '아... 찐따구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미 알고는 있으나, '나는 찐따다.'라는 이야기가 전달된 상황이다.

때문에 나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고, 운동 스포츠도 좋아하고 활동적인...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인싸>의 표본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과연 <찐따>인 나를 공감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나 역시도 그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서로 살고 있는 세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아마 관계가 발전할 가능성은 제로다.

 

그럼에도...

인간은 드라마와 시를 좋아하는 법이다.

그것이 점차 발전되어 오페라와 연극, 코미디 극장, 영화,

그리고 나 같은 씹덕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녀도, 나도 서로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살아왔던 세계가 완전히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호기심'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찐따인 나는 이것을 전략으로 취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의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이 바로 '드라마'.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인생을 서사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기록해볼까 한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이 지독한 <현실>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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