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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찐따에게 과외를 부탁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펭찐 2022. 11. 1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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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고졸, 히키코모리, 찐따.

모두 나를 지칭하는 대명사 같은 비속어이다.

천하에 이보다 더한 찐따는 없을 정도로 심각한 찐따인 나에게

어제 SNS를 통해서 프로그래밍 과외를 요청하시는 분이 찾아왔다.

 

자칭 찐따라고 하시던 그분은 간단히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프로필을 읊었다.

알고 보니 현재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하고 계시는 엘리트였다.

그런 엘리트가 어째서 나 같은 고졸 찐따에게 과외를 요청하는 것인지...

솔직히 기만행위가 아니고서야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분이 말하기를, 내가 예전에 작성한 블로그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글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고,

그래서 궁금한 것이 나는 어떻게 독학을 하였는지,

프로그래밍을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면 되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구글, 유튜브에 이미 널리고 널린 것이 프로그래밍 강의일 텐데...

나는 이렇게 방대한 자료들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이토록 미천한 찐따인 나에게 과외를 요청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을 해보자면,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

즉 남들이 똑같이 프로그래밍 공부 코스대로 공부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머리 위에 물음표가 그려졌다.

나는 그분에게 남들이 어떤 식으로 공부하는지 모르겠으므로,

반대로 남들은 프로그래밍을 공부를 할 때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분이 이야기하기를,

프로그래밍 책을 보면서 예제를 본 다음,

백준 같은 알고리즘 문제집 은행 사이트에서 문제를 풀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그분이 보기에는 내가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러나 나는 이것 역시도 공감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당장 내가 일 하고 있는 회사에서 같이 일 하고 있는 개발자만 보더라도

이런 식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프로젝트 책임 개발자인 시니어 개발자분도 마찬가지로

독학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서 취업한 사람들이라서 그렇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운이 따라주어서 가능했다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애당초 대체 어느 회사에서 나 같은 고졸 찐따를 좋다고 뽑아주겠는가...

상식적으로 이건 말이 안 되므로,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웠다.

 

공부라고 해봤자, 나는 백수 시절에 딱히 할 것도 없기도 했고...

어린 시절부터 계속 '프로그래밍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백수 시절 남아도는 시간 동안 같잖은 로망을 쫓아서

하루 종일 골방에 틀어박혀 공부한 것뿐이고...

게다가 나는 성공을 위해 잘해야겠다는 욕심이라든가 열정도 없어서

되려 이런 엘리트에게는 독이 될 것 같아 나는 거절했다.

 

그러나 그분은 나에게 계속 부탁을 했다.

단순히 메시지를 통해 주고받는 대화였음에도 절박함이 느껴졌다.

나는 우선 필요한 부분들을 알려주었고,

어떤 식으로 독학을 했었는지 러프하게 설명을 해드렸다.

 

그러자 그분이 말하기를,

"자신에게 일일 과제 혹은 월별 과제를 내주면 좋겠다",

"과외비를 입금시켜드릴 테니 강의를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서라도 배우고 싶다",

"찐따님이 하시는 대로 따라갈 테니 제발 부탁이다"라고 말했다.

뭐...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부담감이 느껴져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내가 원체 속세에 대한 갈망과 욕심이 없어서 그런지

솔직히 돈을 더 주겠다고 한다고 한들 나는 별로 상관없었다.

비록 현재 돈 한 푼 한 푼이 아쉬워서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는 있긴 하지만,

'이 정도라도 먹고사는 게 어디인가'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고,

내가 목표한 금액을 모으면 어찌 되었든 이 세상과는 작별할 계획이므로...

그래서 나는 그분을 적당히 타일렀다.

 

이 찐따가 조언이랍시고 해준 조언도

결국 인생 경험 없는 고졸 찐따의 개똥 철학과 헛소리에 불과하긴 하지만,

비록 이 미천한 찐따의 조언이라도

그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독학하기 이전에

어떤 식으로 코스를 밟아갔는지부터 설명을 해드렸다.

 

사실, 예전에 인터넷 방송을 할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고민으로 시작해서 고민으로 끝나버렸기에

아무것도 남지 않고 흐지부지하게 되어버렸지만,

그때 생각했던 것이 '찐따가 하는 프로그래밍'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 같은 찐따가 해봤자 좆문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뿐이기도 하고,

내가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인터넷 방송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낸다.

단지, 당시에는 소통을 하고 싶어서 인터넷 방송을 해보는 게 어떨지

여러모로 계속 고민을 해봤었는데,

그 당시에 내가 내렸던 결론은...

그나마 내가 하고 있던 게 프로그래밍이었기 때문에...

'이것도 방송을 하면서 삽질하는 걸 콘텐츠로 해볼까...'라며

아주 막연한 망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솔직히 나중에도 안 할 것 같긴 하지만,

훗날 인터넷 방송을 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일단 그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뭐, 굳이 인터넷 방송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는데에 있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는 것을

요즘 사회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연습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그분을 이해하긴 어렵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그렇다.

그분은 딱 봐도 굉장한 인싸 같았는데,

대화를 하면서 그분이 예전에 운동을 하셨던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비록 결말이 좋지 않아서 비극적인 이야기로 끝나긴 했지만,

일단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분은 찐따가 아니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에게 누가 찐따라고 하는가.

 

반면에 나는 어떠한가.

하루하루를 열정 없이 보내면서

대충 시간이나 빨리 지나기를 바라는 한심한 놈이다.

자기 관리?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

나 같은 찐따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나는 퇴근하면 대충 집안일을 끝내 놓고는

곧바로 이부자리에 뻗어서 애니나 유튜브나 보는 그런 놈이다.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라든가 목표를 이루겠다는 신념,

나 자신에 대한 성장에 대해 별 관심도 없다.

뭐... 그러니까 내가 찐따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분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며 고민을 들어주었고,

거절하기 좀 그래서 그분의 부탁을 들어두겠다고도 이야기를 했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분과 나는 사는 세계가 너무 달랐기 때문에

서로가 공감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무슨 느낌이 들었는가 하면...

반에서 나 같은 찐따가 뭔가 괴상하거나 신기한 거 하고 있을 때,

어떤 한 인싸가 호기심을 갖고

"흔찐아, 뭐 하고 있어?"라며 말을 거는 상황.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보자면...

학창 시절에 붙임성 좋은 인싸가

갑작스레 나 같은 찐따에게 호기심을 갖고

"흔찐아, 지금 뭐 하고 있어?"라며 다가왔을 때,

그 당황스러움과 뻘쭘함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

 

상대방 입장에서는 자기 나름대로 친절을 베풀어보려고 하는데,

나, 즉 찐따의 어눌한 반응을 보아하니

인싸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지는...

뭔가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사회적 명성과 위치, 살아온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언가에 대한 갈망과 열정.

이 모든 것이 결여되어 있는 나에게는

그 누구도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예전에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며 다가왔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던 그 소녀조차도...

결국 찐따인 내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서 떠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분과 대화를 끝내고 난 뒤에

나에게 다가왔던, 친절했던 그때 그 소녀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 소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미련함이 또 다른 미련함을 낳고,

그로 인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실수를 통해 반성하거나 성장하기는커녕,

매일 신세한탄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기회일까,

아니면 또 다른 후회를 낳는 원흉이 될까.

타인의 인생에 관여하고 싶진 않았기에,

더군다나 사회적인 위치도 높은 편인 엘리트라서 더더욱...

나 같은 찐따에게는 고민이 되는 문제가 되었다.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나에게,

두문불출한 히키코모리 찐따인 나에게,

학벌도 미천한 고졸 찐따인 나에게

과연 남을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이런 내가 과연 '스승'이라 불릴 자격이 될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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