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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이제는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펭찐 2022. 9. 1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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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을 넘어왔다.

그것도 아주 큰 산이었다.

사회로의 진출.

나에게는 그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니트족... 백수 탈출의 길.

 

위의 짤처럼 <청춘돼지> 애니 시리즈 중에서

주인공의 여동생인 '카에데'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과 같이,

나 역시도 참 힘들었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 저 짤만큼 어울리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이 블로그에서 계속 강조했던 바이지만,

나는 부와 명예를 바라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만 있으면 됐지,

나 같은 찐따에게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단지 일에 치이고 바빠져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까 봐 좀 겁이 난다.

뭐, 이것은 취침하기 전에 사색에 잠기면 되니까...

 

잘 모르겠다.

원하는 것이 거의 충족되었다고 느껴져서일까.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내가 좋아하는 애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하다.

그러나 이제는 일 하는 데에 시간에 쫓겨서

마냥 애니만 볼 수 있는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뭔가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에는 책을 읽긴 했다.

솔직히 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라노벨이나 무협소설을 읽는 데에도 좀 질린다.

마음에 드는 책도 딱히 없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결국 미움과 저주만 동반될 뿐이며,

과거에는 그토록 원하던 인간관계에 대한 갈망 역시도

이제는 나도 혐오스럽기만 하고,

굳이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

더군다나 어차피 사회생활을 하면서 싫어도 하게 될 것이다.

 

연애를 하는 것은 이미 나 같은 찐따에게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이기도 하고,

애초에 절대로 불가능하겠지만,

정말 아주 만약에 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굳이 피곤한 인간관계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저주받는 것도

과거, 그리고 앞으로 있을 사회생활로만 족하다.

구태여 연애를 하면서까지 그런 피곤한 감정을 느끼기는 싫다.

이런 걸 두고 사서 고생한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런 짓을 하고 싶진 않다.

 

취미 생활도 할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일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다.

그럼에도 예전처럼 운동하면서 체력을 키울 것이지만

찐따라서 딱히 할 수 있는 운동도 별로 없고 좋아하진 않는다.

그저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에 가깝다.

 

혹여 사고라도 당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후에 죽을 때가 오더라도 아파서 골골대며 죽는 것보다는

건강한 상태에서 내 의지로 인간답게 죽어야 할 것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한 운동에 불과하다.

재미를 붙여보려도 해도... 글쎄다.

마치 죽지 못해 사는 것처럼 운동도 마찬가지다.

건강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것이라서

나 같은 찐따에게는 솔직히 재미를 붙이라는 것은 버겁다.

 

여행도 앞서 말했다시피 일에 치이면 시간도 없을 것 같다.

설령 여행할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내가 밖에 나돌아 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닐뿐더러,

여행하는 데에 소비되는 금액에 비해서

나에게 얻어지는 것이 크진 않았다.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즉 크게 잃고 적게 얻는 기분이었다.

그저 육신과 정신만 피로해질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를 보면서 지내고 싶다.

마냥 그럴 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계속 보는 것도 지치는 것 같다.

인간은 한번 받은 자극에 익숙해지면,

그것보다 더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내가 이전에 본 것보다 더 재미있고,

작화도 더 발전되고 화려하며,

스토리도 더 신선한 좋은 애니를 계속 바라게 된다.

이렇게 품질을 따지게 되면 역시나 한계가 있다.

그런 애니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다 보고 난 후에 그 시간 동안에는

계속 다른 애니를 찾아다니는 난민이 되어간다.

때문에 이러한 피로가 누적되면 지치게 된다.

 

비단 애니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잘 나가던 예능 프로그램이

왜 갑자기 퇴물이 되었으며,

점점 고여가고, 재미가 없어지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금방 알 수 있다.

'소재'의 참신함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즉,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듯이,

커뮤니티도, 게임도, 애니도,

그 어떤 문화 콘텐츠도 그 본질과 성질이 다르지 않다.

 

인생 역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점점 즐길거리, 즉 '소재'가 고갈되어가고 있다.

비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이제는 별로 남아있지 않는 것 같다.

뭐, 이것도 결국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비록 지병이 있긴 해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있진 않는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정말로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서 감사함을 모른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파봤었고, 그래서 건강에 대한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것이 얼마나 복된 일이며 축복인지 잘 알고 있다.

 

다만 육신의 안녕과는 별개로,

정말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방향을 잃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욕심 그득한 과거에는 그래도 목표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욕심조차 전혀 없어서 그런지,

이 역시 나의 신념과 철학과는 별개로,

갈피를 잘 못 잡겠다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사는 것은 원래 의미가 없다고 하였지만,

의미가 없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 이것이 자유의 대가라고 해야 할까.

당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애당초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건지 조차도 헷갈린다.

그동안은 프로그래밍 독학을 하면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단지 '그때 못 해봤으니, 지금 해봐야겠다.'

내지는 '궁금하니까 그래도 해보자.'에 가까웠지,

'이것을 특출 나게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아니다.

 

지금 하는 이러한 고민들은...

어떻게 보면 세상 편한 고민일 수도 있고,

또한 어떻게 보면 참으로 복잡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똑같은 말의 반복일 뿐이지만,

대체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과연 시간이 해결해줄까.

젊음이라는 축복은 점점 끝나가는데,

인생의 낙을 찾는다고 해도 늦어버리진 않을까.

 

감사함을 잊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다만 그것이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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