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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처음 만났던 그 소녀처럼.

펭찐 2022. 2. 1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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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블로그를 그만두었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의 연락을 전부 단절하였는지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이 블로그를 오랜만에 다시 접속해 그동안 내가 써왔던 글들을 보고 있으니 처음으로 나와 친구가 되어 주었던 친절한 그 소녀가 생각이 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소녀는 나에게 정이 다해 연락을 끊었다.

이것을 이별이라고 해야 할지, 손절을 당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결국 그 소녀는 답답한 나에게 실망해 떠나버렸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사람 대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아직 서투르다.

95년생, 올해로 28세라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면 늘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기만 하다.

과거에는 이런 내가 너무 혐오스럽고 하루라도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고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져서 이런 내 모습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가 답답하고 짜증 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녀는 나의 유리 멘탈을 최후의 순간까지 깨지지 않도록 지켜주었다.

그 덕에 나는 하나둘씩 깨달음을 얻었고 세상만사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고독이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었고, 세상에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으니 그것 만으로도 나는 그 소녀가 내게 베푼 호의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히 여기고 있다.

그래서 나또한 그 소녀처럼, 처음 만났던 그 소녀처럼 편견 없이 사람을 바라보고 싶었다.

아마도 어쩌면, 그때의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소녀를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면모를 가졌다는 점이 지금 생각해도 멋있고 어른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간이 꽤나 흘렀기에 그 소녀는 나의 존재를 잊었겠지만, 나는 처음으로 사귄 친구인 만큼 그 소녀가 베푼 호의를 잊지 않고 한 인물이 가진 장점만을 배우고 인생을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도 그 소녀처럼 어떤 이가 가진 사상이 올바르든 그릇되든 상관없이, 편견 없이 누군가를 개인적으로 평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정신수양을 거치며 나 스스로 정신을 개조하였다.

그렇게 늘 다짐해왔고, 한편으로는 오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 역시 그럴 자세가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블로그를 다시 찾아왔고, 다시 인터넷이라는 드넓은 영역으로 들어왔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누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든,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든, 어떤 사연을 지녔든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다.

과거의 나와는 달리 어떤 이가 가진 사사로운 일들에 관하여 일체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이미 일가족 외에 모든 관계는 없거나 없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떠나가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무엇보다 세월이 만든 사건의 편린을 구슬 꿰듯 천천히 지켜보는 일 역시 참으로 흥미롭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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