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찐이의 블로그

안녕하세요오오...

펭찐이의 블로그 자세히보기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 아카이브

찐따의 초등학교 생기부

펭찐 2023. 10. 13. 22:48
반응형

 

 

나는 두 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그래서 다시금 이력서를 작성했었다.

 

이력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증명서류들을 조회했었다.

뭐... 기본적인 주민등록본부터 시작해서

이전에 일을 했었던 경력증명서라든가

범죄경력회보서 같은 서류들을 위해서 말이다.

 

작년에 이미 직장을 다녀본 경험이 있었기에

면접에 필요한 서류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

나는 어렵지 않게 정부 사이트에 접속한 후 조회했다.

그리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라고 쓰고 자소설이라 부른다.),

기타 자격증(이라고 부르지만 쓸모도 없는 종이 쪼가리)을 첨부했다.

이미 작년에 처음 취업하면서 작성해 둔 문서가 있었기에

뭐... 필요한 서류를 조회한 후에 첨부하는 일밖에는 딱히 없었다.

 

그렇게 필요한 서류들을 조회하던 중,

참으로 우연찮게 정부 사이트에서

초중고 디지털 생기부(생활기록부)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2000년대라 하면, 대한민국에서 '새천년 시대'라고 해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생기부가 디지털화되었나 보다.

 


 

호기심에 나는 먼저 초등학교 생기부를 조회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때... 열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 블로그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찐따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아니겠는가.

고로, 나 스스로의 과거를 부검하면서

공개적으로 <고로시>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첫 번째 줄에는 나의 개인정보가 적혀있었다.

그다음 줄에는 아래와 같이 입학과 졸업 연도,

즉 학적사항이 적혀있었다.

'2002년 3월 02일 OO초등학교 제 1학년 입학'

'2008년 2월 19일 OO초등학교 제 6학년 졸업'

 

그다음에는 1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의

그동안 받아왔던 각 교과목 성적이 적혀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우미양가'제로 평가했었나 보다.

'수우미양가'라는 말 자체가 있었는지

나의 머리에서는 아예 잊힌 지 오래되었는데...

성적표를 본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이거 진짜 생기부구나.'

말 그대로 확실하게 체감이 되었다.

 

 

성적표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거의 절반 이상이 '양' 아니면 '가'였다.

이때부터 나는 졸라 멍청했었다는 증거다.

이걸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엄마나 아빠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냥 이 성적표를 육신이 기억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걸 보여주고도 처맞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게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왜 고졸 새끼인지 아주 납득이 된다.

 

그리고 그 밑에 교내활동 내역이 적혀있었다.

위의 성적표와 아주 대조되는 내용이었다.

'학급에서 독서를 즐기고 독후감상문을 쓰기를 좋아하며

글을 읽고 쓰는 데에 재주를 보임.

교우들과 도서실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함.'

 

이 말을 풀이해서 해석해 보자면,

'이 빡대가리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반에서 맨날 이상한 만화책이나 보는 것밖에 없으며,

친구가 없어서 틈만 나면 매일 도서실에 찌그러져 있음.'

... 그렇다.

 

교내활동 다음에는 '특별활동상황'이라는 게 적혀있었다.

 

역할분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단다.

그리고 다 같이 하는 활동에서는 '어느 정도는 실천'한단다.

자기 계발활동은 '허구한 날 만화만 처 보고 낙서나 한다'.

그리고 뭐든 처먹는 걸 좋아하지만 '편식'이 심하다.

 

즉, 이때부터 나는...

사회성이라고는 밥 말아 처먹은,

말 그대로 <찐따> 기질이 아주 다분히 보였다는

결정적인 팩트, 증거가 되겠다.

 

그리고 이 '편식'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블로그에서 질의응답(QnA)에서의

'9. 혹시 커뮤니티 왜 하시는지' 항목에서

"나는 초등학생 때 편식이 심했다"라고

지나가듯이 이야기했던 바 있었는데,

결국 이것을 계기로...

나는 '디시'라는 커뮤니티의 '기타 음식 갤러리',

이하 '기음갤'로 입갤하게 된...

아주 쓰레기 같은 습관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학년 최종 종합평가는 다음과 같다.

 

위의 평가에 대한 진실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밝고 명랑한 성격의 학생임.

: 평소 깐족대면서 까불락 거리고 다니면서

눈치 없이 나대는 찐따 새끼라는 것을

아주 잘 포장하면 저렇게 쓸 수 있다.

 

2.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함.

: 평소 친구를 굉장히 사귀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친구 없음.

눈치 없이 나대서 '고백공격' 해버림.

담당일진들한테 '어울림' 당함.

이와 같은 근거는 3번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3. 어떤 상황에서든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넘길 줄 알고 차분한 태도를 보여줌.

: 와우...

뭐... 더 설명이 필요한가...?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

내가 항상 속으로 생각했던 것은 그저...

'나한테 맞짱 뜨자고 하지 말아 줘, 제발...'

두 눈은 바닥을 향해 철저히 내리 깔고 있지만,

알량한 자존심에 '쿨찐' 기질이 발휘되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뱉는 말은...

"꺼져! 아... 아니, 그만해..."

그나저나 이 문구를 보고 나서 나는 굉장히 감탄했다.

참담한 현실을 이렇게도 포장할 수 있다는 것에 말이다.

 

4. 학업 면에서는 학습계획 실천과 집중력이 낮아 저조한 편임.

: 이것은 뭐... 말 그대로 내가 빡대가리라는 뜻이다.

성적표라는 명확한 기록이 있기에

포장이 불가능한 부분이라서 저렇게 쓰신 것 같다.

이미 이 블로그에서 나는 예전부터

내가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졌는가

진지하게 고민했었던 바 있었다.

 


 

여기까지가 나의 초등학교 생기부였는데...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생기부까지 다 확인했다.

뭐... 뒤로 갈수록 더 처참하고 참담해진다.

올리면서 정리하다 보니까...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라 PTSD가 오면서 너무 슬퍼졌다.

그래서 일단은 여기 까지만 정리하고,

나중에 내가 쓰고 싶을 때...

중고등학교 생기부도 추가해서 작성해볼까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