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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백업

펭찐 2023. 7. 1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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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작성일: 2019. 10. 01.

수정 횟수: 1회

수정 사유: 개인정보 및 디테일한 계획 누출 방지, 기존 문서 파일 삭제 됨 - 백업

《유서 전문》

 

먼저, 사건 담당자분들께.

십수 년간 단 한 번도 본적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변사 사건을 맡게 된 사건 담당자분들께 먼저 굉장한 민폐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죽은 뒤에 저에 대한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재주가 녹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애 최후의 활자를 남기고 떠나는 이유는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타인을 위해 피땀을 흘려가며 희생하시는 여러분들의 노고에 저 같은 미천한 존재가 감히 더 큰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 여러분들이 해당 변사 사건의 수사에 난항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함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의 사인은 자살이므로, 만약 글을 적다가 언급이 필요하다면 편의상 수사 용어인 변사 사건이라 칭하지 않고 이하 자살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아마도 이 문서를 보고 계신다면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사후 저의 사체가 발견된 시점이 어느 정도 지난 지 저는 알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저의 사체가 발견된 시점이 사후에 시간이 많이 흘러서 사체의 훼손도가 심하거나 이미 백골화가 진행되었다면 부검을 통해 저의 사인을 밝히시는 데에 한계가 있거나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저의 생애 식습관과 사인,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과정을 이곳에 적어두겠습니다.

(식습관 및 사인과 과정)

아래에 생애 제가 이용했던 디지털 기기와 이용했던 포털 사이트의 계정과 비밀번호를 적어두었으므로 저의 자살 계획을 확인하고자 하신다면 데스크톱에 내장된 하드디스크 폴더 트리에 "P. The Suicide Plans" 문서를 확인하시면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감히 아룁니다.

저의 생애 병원 진료기록과 신원 확인을 위한 치아 기록을 조사하기 위해 불필요한 수고가 들 수 있으므로 제가 생애 다녔던 병원, 그리고 제가 생애 마지막으로 다녀온 치과를 이곳에 적어두겠습니다.

(병원과 치과)

또한 위에서도 기술하였듯, 디지털 포렌식을 하는 데에도 저의 명확한 사인을 밝히시느라 인력 역시 낭비되고 불필요한 수고가 들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민폐를 덜 끼치기 위해 생애 제가 사용하던 휴대폰과 데스크톱 등 전자 기기의 비밀번호, 그리고 제가 생애 이용했던 포털 사이트의 계정과 비밀번호를 이곳에 적어두겠습니다.

(계정과 비밀번호)

훗날 저와 비슷한 자살 사건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생애 제가 작성하였던 일기들을 분석해 보시면 앞으로 변사 사건을 프로파일링 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저의 공리적 결단을 내리며, 저의 책장과 옷장 안에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작성했던 일기장 노트들을 보관해 두었으니 사건 증거물로 채택하시거나 수사 연구논문으로 참조하여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단히 염치없다는 것을 알지만 사후 사체 처리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간청할 것이 있습니다.

생애 변호사를 통하여 법적 자료로써 채택되지 않은 채로 작성된 유서가 법적 효력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실 저는 사후에 그 어떠한 것도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지막 흔적을 남기게 되어 절망감이 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저에 대한 장례식이 굉장히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장례식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한 자살 사건에 대한 저의 시신이 충분한 부검을 마치고 더 이상 조사할 가치가 없어진다면, 저의 시신은 백골까지 모두 녹여 이 세상에서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도록 불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완전연소가 되어 기체 상태를 넘어선 플라스마 상태로 변해 비로소 저의 존재가 완전하게 소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이 땅에 이토록 불필요하고 하등 쓸모없는 육신이 존재했었다는 치욕을 지우고 싶은 저의 마지막 간청이자 최후의 소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여러분들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뵙게 되는 저의 모습이 볼품없고 역겨운 사체로 마주하게 된 점을 깊이 사죄드리며 여러분들께 드리는 마지막 말을 이것으로 맺도록 하겠습니다.

 

특수 청소 담당자분께.

만약 이 문서를 보고 계신다면 저는 실외에서 자살한 것이 아닌, 실내에서 자살한 것에 가깝겠군요.

먼저,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광경을 보며 타인의 명복을 빌어주시는 것에 대해 경외를 표하며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의 학력이 미천한 관계로 학식에 대한 견문이 부족한 탓에 잘 모르지만 자살자들은 공통적으로 '먼저, 누군가에게 죄송하다'라는 글귀를 시작으로 하는 유언을 작성하는 공통된 특징을 보였다는 연구논문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자살자들이 어떤 심정으로 죄송하다고 표현한 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는 공리적인 판단하에 여러분들의 노고가 이토록 하찮고 쓸모없는 저에게 인력이 낭비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마지막 떠나는 그 순간만은 조용히 떠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고 민폐를 끼치며 떠난다는 사실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죽은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는 없겠지만, 아마 특수 청소분께서 이 문서를 보고 계신다면 시간이 꽤 흘렀거나 날씨가 좋지 못해 사체가 부패해서 뒤처리를 하러 오신 것이겠지요.

가급적이면 파리들이 저의 시신에 구더기를 번식시켜 오염시키지 않은 채로 발견이 되었으면 해서 여러분들께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생애 계획한 대로 사체를 방부처리 하는 시구를 만들긴 하였으나, 특수 청소 용품과 약품은 일반인이 구할 수 없는 관계로 결국 이렇게 되고 만 것 같습니다.

죽기 전에 수사를 돕기 위하여 생애 소유하고 있던 전자 기기 등의 증거품들을 제외하고 가구용품을 포함한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은 부패가 염려되어 전부 처분하였을 것이기에 아마도 실내에는 거의 빈 공간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제가 너무나도 욕심이 없었기에 생애 가진 것이 별로 없어서 유족들에게 남길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저의 유족들도 잘 알고 있을 테니, 금품이나 귀중품을 훔쳐갔다거나 하는 지저분한 분쟁이 일어날 염려는 전혀 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법률적으로 자살 사체는 변사 사건으로 분류되어 이유를 불문하고 시신은 국과수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만약 제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않은 채 고독사하여 자살하였고, 저의 사체가 국과수로 넘어가지 않은 채 곧바로 장례를 위해 식장으로 옮겨지게 되는 상황이라면 저에 대한 불필요한 장례식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창 젊은 사람이 대체 왜 죽었느냐는 물음에 제가 답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의 철학적인 신념에 의거하여 신체적·사회적으로 젊을 때야말로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맞게 될 필멸을 맞이할 적기이자, 마지막 순간에 가장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죽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인간이 물리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는 곧 죽은 상태라고 생각하였기에 저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남긴 어록 중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어떤 이는 신비롭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 다른 어떤 이는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저는 이 원자로 구성된 육체의 구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운 상태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미 망자가 되어버린 제가 그저 살아생전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면, 고된 일을 하고 계심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부탁을 드립니다만 저의 시신은 백골까지 모두 녹여 이 세상에서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도록 불태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여러분들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뵙게 되는 저의 모습이 볼품없고 역겨운 사체로 마주하게 된 점을 깊이 사죄드리며 여러분들께 드리는 마지막 말을 이것으로 맺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남은 유족, 직계존속에게.

<비고. 오프라인으로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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