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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지나가던해파리' 님께 드리는 답변입니다.

펭찐 2023. 8. 1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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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흔한 찐따입니다.

댓글이 1000자 제한이 있기에 포스팅으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말 죄송합니다. ㅠㅅㅠ


먼저, 이 불쾌하고도 미천한 존재를 재수 없게 발견하여

마주한 지 1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시 찾아와 주신 점에 대하여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 중학생 시절부터 줄곧 죽음의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맡기어 이 편린 속에 마냥 살아가다 보면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죠.
때문에 저는 태어난 것은 저의 의지가 아니었기에

최소한 죽는 것만큼은 제가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으며,

이는 저의 29년 간 변하지 않은 신념입니다.


WHO의 <사망원인 통계 보고서>와 대한민국 사망원인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원인은 '암'이라는 질병에 걸려서 죽을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습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해야 삶을 영위하듯,

영장류, 아니 포유류는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을 해야만 심장이 박동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몸은 누적된 산소로 인하여 점점 산화가 되어가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늙고 노화가 되며 암에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이외에도 늙어서 다른 질병에 걸리거나,

치매에 걸려 나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그전에 교통사고로 육신이 파괴되고 피를 쏟아내는 고통을 받거나.
요즘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칼침을 맞고 죽는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던데,

어쩌면 타인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살해당해 죽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제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이러한 원인들로 하여금 죽음에 이르고 싶진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태어난 것은 저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생명의 끝자락인 '죽음'만큼은 제가 의지를 가지고서 끝내고 싶을 따름입니다.


저는 스스로가 죽음을 이미 경험을 해보았고,

20여 년 간 함께 해온 반려견도 떠나보낸 적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을 떠나보낸 경험도 있습니다.
늙은 육신에서 나오는 죽음의 냄새는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때 마주한 죽음의 경험들로 미루어 저는 젊을 때야말로 가장 죽기 적합한 시기이며,

인간이 물리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는 열역학적으로 엔트로피가 질서로부터 해방되는

이른바 '죽음'이라는 것임을 확고히 결론을 내렸습니다.


님께서 제게 '스스로가 이성적이며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신 말씀에

저는 스스로가 이성적 사고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블로그에서 스스로가 굉장히 아둔하고 미천하며

식견과 학식이 매우 부족하고 굉장히 감정적인

이른바 '감성충'이라고 이미 수차례 언급해 온 만큼

저는 스스로가 단 한 번도 똑똑하다고 생각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또한, 이 숨통이 붙어있는 한은 스스로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당초 '의지'라는 것 또한 원자로 결합되어 있는 이 육신으로부터

뇌내에서 보내는 전기신호에 불과한데 어찌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가진 이 전기시냅스들은 하루하루를 편협한 망상을 뿜어대며

이 하찮은 화학작용을 통해 하찮은 운동 에너지를 발생시켜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근본적으로 태생부터 '정자'라는 미생물의 부산물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세로토닌 분비가 원활히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몸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우울감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에 불만을 늘어놓으며 증오를 셈한 적 역시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상담이라는 것도 숱하게 받아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의 저를 보면 상담사분과 스스로에게 득이 될 것 없는 <계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 이상 민폐를 끼치는 것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미약한 도움이라면 도움이겠지요.


"존재하지 않는다"면,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든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든 백 년,

아니 억겁의, 영겁의 세월이 흐른다 할지라도

어차피 존재하지 않기에 후회할 감정마저 존재하지 않으므로

더 이상 세월이라는 것은 논할 의미가 없습니다.


살아생전 시간을 보내다 보면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겠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 행복이 찾아오면 불행도 함께 하는 법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기에 감정이라는 것이 있고,

때문에 기계처럼 언제나 만족만 하면서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감정의 노예일 뿐인 이 찐따는 '죽음'이라는 마지막 피날레를

더더욱 철저하고도 치밀한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님께서는 저를 알지 못하시므로 저의 존재가 커다란 민폐란 것을 잘 모르실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직계존속,

즉 '가정'이라는 이름의 '가족'이 존재하는 구성원에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고,
더 나아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존재도 물론 아니기에 언젠가는 떠나야 할 처지입니다.
이미 저와 연이 닿았던 사람들 모두 저를 떠나버린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토록 한없이 친절했던 유일하게 친구를 맺어준 한 소녀 역시도

이 찐따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저의 존재는 민폐입니다.


당장 죽어야 한다는 말이 백번 맞는 말이고 응당 치러야 하는 숙명인데,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글을 적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저는 민폐가 맞는 것 같습니다.
미련이라는 족쇄를 끊어내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또한 같잖은 핑계라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어차피 저의 인생은 사전에 계획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결말일 것이니

이에 대하여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님께서 이 찐따의 지저분하고 긴 댓글을 읽으실진 모르겠지만,

미천한 필력임에도 불구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현재,

다시 찾아오셔서 정성 어린 답글을 남겨주신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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