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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찐따의 이상한 꿈 여행기 -2-

펭찐 2023. 7. 1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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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 찐따의 이상한 꿈 여행기 -1-

 


 

 

나는 맛이 가버린 듯한 사내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부랑자 촌'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의외로 순조로운 듯했다.

좁은 골목과 넓은 도로를 지나 도착했다.

중간에 신기하게 생긴 우물이 있었는데

그 우물로 다가갔더니 마을의 입구가 보였다.

 

어감과는 다르게 굉장히 화사한 분위기의 마을이었다.

여기저기에서 흥정을 하는 상인들,

광장 한가운데에서 열변을 토하는 웅변가들,

골목을 들쑤시고 다니는 개구쟁이 꼬마들이 보였다.

어째서 이곳이 '부랑자 촌'이 되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무언가에 과몰입한 채로 열변을 토하는 웅변가를 주위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 모습이 참으로 기이하게 여겨졌기에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자 웅변가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외쳤다.

"거기 자네! 내 편지를 가져왔으면 어서 건네야 할 것 아닌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래서 나는 굉장히 무서웠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편지를 건네었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나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저 찐따새끼는 어디서 굴러들어 온 놈이야?'

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찌 되었든 얼떨결에 편지를 전해주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갈 곳 없는 나는 마을을 떠돌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한 마을의 뒤편에 천막으로 가득 찬 곳이 보였다.

저기서 캠핑이라도 하는 걸까 생각했던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분위기는 누가 보더라도 캠핑을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캠핑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 치고는 전혀 밝지가 않았다.

나는 눈치를 살피며 물어보았다.

"저, 저기...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요오오...?"

낭만적인 나무옹이가 그려진 통나무를 걸터앉은 한 사람이

나를 말없이 쳐다보고는 대꾸 없이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아... 무시당한 건가...'

 

그리고는 모닥불을 쳐다보며 불멍을 때리다가

이윽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입을 열었다.

"... 우리들은 부랑자들이오."

그제야 나는 왜 이 마을이 '부랑자 촌'이라고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부랑자들이 모인 곳이라기에는 꽤 좋은 시설들이 즐비해있었다.

상인들도 많이 있고 광장 같은 시설도 있었으니 말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모닥불 앞에 앉아서 쉬고 있으려고 했으나,

갑자기 천막에 숨어있던 꼬마들이 나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나의 모습이 꽤나 신기했는지 꼬마들이 나를 보며 웅성거렸다.

"우와! 나 외지에서 온 사람 처음 봐!"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워서 흐뭇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어떤 꼬마 아가씨가 나에게 비수를 꽂아 넣었다.

"그렇지만 타국 용병이나 기사는 아닌 것 같은걸. 너무 별로다, 이 사람."

 

가슴속을 훅 하고 후벼 파는 듯한 이 독설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과거 학창 시절, 나를 보며 경멸하던 여자애가 생각이 났다.

그 여자애도 똑같이 나를 보고 '아 진짜 존나 개별로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다.

그런 과거가 떠올라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런데 그 당돌한 꼬마 아가씨는 풀이 죽어있는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과일 있어요?"

나는 고개를 올려 그 꼬마 아가씨를 쓱 쳐다보고는 가방을 뒤적였다.

"과일은 없고... 웬 사탕은 있네."

 

꼬마들이 나의 주변을 둘러싸며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나의 눈치를 보며 '하나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꼬마들에게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러자 꺄르륵 웃으면서 사탕을 쥐고 요리조리 뛰어다녔다.

매우 행복한 표정이었다.

'사탕 하나에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흐뭇해졌다.

 

사탕을 한 입에 다 먹어 치우자마자

그 꼬마 아가씨는 나에게 다시 다가와서 두 손을 내밀었다.

"저기요! 하나만 더 줘요!"

이 녀석, 이제는 나를 무슨 사탕 자판기 취급하는 모양이다.

"이게 마지막이야...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아..."

그러거나 말거나 사탕을 잽싸게 낚아채고는 꺄르륵거리며

친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이곳의 규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자세히 보니 왼손으로 사탕을 집어먹고,

오른손으로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놀고 있는 꼬마들이었다.

'먹을 것은 왼손으로, 다른 들것은 오른손으로 쥐고 다니는구나.

참으로 이상한 곳이야, 여기는...'

 

나는 말없이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모닥불을 뒤로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굳어있는 표정을 지은 어른들과,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은 꼬마들의 표정이 대비되었다.

 

- 2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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