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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찐따의 이상한 꿈 여행기 -1-

펭찐 2023. 7. 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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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계속 이상한 꿈을 꾸는 것 같다.

그만큼 내가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다.

 


 

 

처음 보는 낯선 동네.

한 손에는 봉인이 된 편지를 쥐고 있었고,

옆구리에는 해진 가죽 가방을 메고 있었다.

현재 나의 처지와 상황을 보아하니,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편지를 전해주러 가는 길인 것 같았다.

 

하나, 생전 처음 보는 동네라서 그런지

도무지 길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꺼내려고 했으나,

수중에 스마트폰이 없었다.

이제 보니 주변의 분위기도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나의 옷차림도, 손에 든 편지도, 메고 있는 해진 가방도,

그리고 이 동네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도저히 현대 시대의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즉, 꿈속에 있는 여기 이곳은

21세기의 시대가 아니었던 것 같다.

 

동네에는 기계라고 부를만한 것도 없었고,

그 흔한 폴리에스테르 원단의 옷자락도 보이지 않았고,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마천루 하나 보이지 않았고,

그 높은 하늘에도 떠다니는 비행기 역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신기하게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손에 쥔 이 편지를 전해주는 것.

그러나 길을 알 수 없었으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다.

 

그러나 나는 심각한 찐따이기에,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시련 그 자체다.

그래서 나는 낡고 지저분한 가방을 뒤적거렸다.

혹시라도 지도가 들어있진 않을까 내심 희망을 기대하였다.

 

지도같이 생긴 무언가가 들어있긴 했다.

하지만 지도라고 부르기도 매우 민망할 수준으로,

그저 어린 아이의 낙서에 불과했다.

애당초 백번 양보해서 진짜 지도라고 쳐도,

애초에 나는 심각한 방향치에 길치라서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현재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현대 시대에서

그토록 편리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조차도

굉장히 심각한 방향치에 길치라서

내비게이션 앱을 켜놓고도 길을 헷갈릴 때가 굉장히 많다.

나 자신이 이미 틀려먹었는데, 훌륭한 지도가 무슨 소용이랴.

 

하는 수 없이 나는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물어봐야 했다.

그나마 다행히 친절해 보이는 어떤 한 여인이 보였다.

새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해보자면 본디 새하얗지만 노동의 증거였을까,

하얗지만 빛이 바랜 먼지투성이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나는 그 여인에게 손짓하며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살갑게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바쁘게 일하던 것을 멈추었다.

일단 부르기는 했으나, 그다음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애당초 누구에게 편지를 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여인에게 다가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 죄송한데, 제가 여쭤볼 것이 있는데요오오..."

여인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후훗, 그쪽 손이 곱네요~ 여기 사람 아니신가 보군요!"

"네... 넵? 앗, 예... 근데 제가 이 편지를 전해야 하는데요... 모르겠어요..."

 

그러자 여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모르겠다니, 무엇을?"

"그... 기... 길도 모르겠고... 이 편지를 누구한테 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말하면서도 너무 쪽팔리고 바보 같아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상냥한 여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아. 그 편지... 저쪽에 지내는 부랑자 촌으로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부... 부랑자 촌이라는 게 뭔가요오오...?"

"음. 알기 쉽게, 내 사촌이 왔던 곳...?"

뜬금없이 대체 뭔 소린가. 당최 영문을 모르겠다.

"네...? 더 모르겠는데요..."

 

여인이 나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리고 내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장난을 치며 말했다.

"저~어기 골목 넘어서~ 저~어쪽으로 가면! 내 사촌이 왔던 곳~"

나는 굉장히 부끄러웠다.

나 같은 찐따가 여자 손을 잡아보는 것은

굉장히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하하... 아, 아무튼...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고마우면... 그쪽이 저도 좀 도와주실래요? 후후..."

"예...? 뭐... 뭐를 도와주면 되나요...?"

 

그러자 그 여인은 또다시 능청맞은 대답으로 나를 당황시켰다.

"헤에~ 농담인데, 진짜로 도와주려고요!?"

"아... 그게... 어... 음..."

"간단해요~ 여기 볏짚을 마구간에 놓고 가기만 하면 됩니당~"

"앗, 네..."

 

정신을 차려보니, 얼떨결에 볏짚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내가 늘 꿈꿔오던, 자연에서 소박하게 지내는 삶.

여기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볏짚이 별로 없어서 일은 금방 끝났다.

막상 다 옮기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일이 끝나자 여인이 나에게 말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직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씨~"

"앗... 네... 제 이름은 흔찐이에요오오..."

나는 부끄러움을 뒤로한 채 그 여인이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

당최 알 수 없는 그 '부랑자 촌'이라는 곳으로 말이다.

 

말없이 길을 걸어갔다.

계속 움직였던 탓일까, 배가 고파서 도시락을 꺼냈다.

새하얀 쌀로 빚은 주먹밥이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어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상당한 군침이 돌 정도였다.

나는 주먹밥을 쿰척쿰척 먹으면서 다시 나아갔다.

 

한 사내가 나의 앞길을 막아선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말했다.

"오, 어찌나 이토록 천박할 수 있단 말이오!"

이에 항변하려 했으나 대꾸할 수 없었다.

내가 나 스스로를 봐도 천박하게 보였을 테니 말이다.

 

"죄송해요... 제가 찐따라서..."

그러자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나에게 외쳤다.

"아니요! 그것 보다도...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을 보시오!"

"네...? 무슨 뜻이에요...?"

그러자 그 사내는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맙소사, 이것도 모른다니... 당신 손 말이오!"

 

나는 속으로 완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겁이 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제 손이 왜요...?"

"그대는 왼손으로 편지를 쥐고, 오른손으로 무언가를 먹지 않았소!"

나는 어이가 없어서 다시 물었다.

"그게... 왜요...?"

 

그러자 사내는 답답하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겁이 많은 쫄보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사내는 나의 팔을 잡았다.

유독 팔을 많이 잡히는 것 같았다.

 

그 사내는 나의 자세를 고치며 외쳤다.

"편지는 이곳에, 음식을 먹을 때는 이렇게!"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

"알았어요... 저 이제 그만 갈게요..."

그러자 그 사내가 말했다.

"하늘이 보고 있고, 내가 보고 있을 거요!"

굉장히 섬뜩했다.

 

- 1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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