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찐이의 블로그

안녕하세요오오...

펭찐이의 블로그 자세히보기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찐따, 최후의 결단

펭찐 2023. 7. 2. 18:45
반응형

 

 

어느덧 7월.

이십 대의 마지막 한 해인데도 불구하고

참으로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찰나의 시간 동안 나는 의미 있게 보내지 않았다.

그 무엇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나라는 존재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실체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실체 하지 않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이것이 내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것이다.

나는 분명 여기 이곳에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 또한 아니다.

 

나의 존재는 곧 물리적 오류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객관적으로 나에게 장점은 없다.

장점이 없다는 것은, 잘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과거, 나는 이 사실이 굉장히 슬펐다.

어찌하여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정녕 찐따라서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니.

그래서 정말 슬프고 나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무엇도 잘하는 것이 없는 존재가,

장점 하나 없는 존재가 이토록 흔한 것은 아니다.

고로 나의 존재는 물리적 오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존재는 마치 비어있는 것 같다.

비어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 잘 모르겠다.

나는 정말 존재적 가치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국의 속담 중 이런 속담이 있다.

"배를 움직이는 것은 돛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이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흐름대로 그저 따라가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과거, 사회로 진출하고자 하니,

나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내려놓고 하고픈 것을 하고 있으니

그제야 비로소 사회로 진출하게 되었었다.

 

사회로 진출하고 나서 뭐라도 하고자 하니,

나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그것 역시 나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언가 내가 애써 무엇을 하고자 한다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먹을수록

되려 반대로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무언가를 이루려고 힘을 쓰지 않고

시간이라는 순풍을 타고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대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나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인생.

비록 찐따 인생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지만,

그렇기에 나는 비어있다.

 

비어있는 존재는 곧 있으나 마나 한 존재.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존재감 전혀 없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엑스트라.

 

만약 이 인생이라는 무대의 장르가 희극이라면

주인공 혹은 그 주변인에게 가장 먼저 희생당하는 희생양일 것이고,

혹은 이 무대의 장르가 전쟁영화였다면

나는 필히 가장 먼저 전사하는 총알받이 역할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몇 천년 전,

전국시대 초나라 인물이었던 <굴원>이라는 시인이 있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 간 양반이다.

그는 생전에 이런 시를 남겼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며

계절은 봄과 가을로 계속해서 순환된다.

점점 사라져 가는 주위의 녹음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젊음에도 황혼이 드리울까 두렵구나"라고 말이다.

 

그는 젊음의 축복이 점차 꺼져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나 또한 이십 대의 마지막 한 해를 보내고 있으니,

나 역시도 그와 같은 심정인 것일까.

아니면 자연히 순환하는 계절에 감명을 받은 것일까.

 

자연히 흘러가는 시간의 앞길을 막는 것을

한낱 찐따인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의 편린 속에 적힌 나의 일생은

다름 아닌 나 스스로가 기록한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차피 내게 다가올 미래는 결정되어 있고,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어차피 결정된 결말이기에 스스로가 매듭을 지으면 된다.

그전까지 나는 묵묵히 기다리기만 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때문에 애써 잘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변화에 맞출 뿐이다.

그렇게 나는 최후의 사생결단을 내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