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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찐따의 아버지

펭찐 2023. 5. 15.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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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아주 어렵게 망설이면서 말이다.

 

사실은 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걸었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주무시고 계셨는지 안 받으셨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 어렵게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이 찐따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매우 어려운 존재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아버지로부터 좋은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같잖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매우 잘 알고 있다.

 

나는 찐따다.

찐따를 자식으로 둔 어떤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좋아하겠는가.

이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아버지를 원망할 수가 없다.

때문에 나는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것,

아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불편하다.

 

공자 선생이 말씀하시길... 부자유친이라고 하였던가.

나의 가족은 아마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원인이야 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나, 이 찐따에게 있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토록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매우 불편하지만

전화를 걸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토지임야매매의 건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어떤 말씀을 하실지 알고는 있었으나,

그럼에도 나는 통화를 했다.

 

"제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공인중개사와 컨택이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알고 싶어서 통화를 했어요.

한데, 제가 다른 것을 조사해 보니 정부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 있던데

농업인 바우처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가급적이면 농업인으로 등록해서 임야를 구해 농사를 지어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저는 사업을 할 생각이 없고 자급자족으로 먹고살기 위한 것이기에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속으로 불안에 떨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실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너, 그러면 경제활동은 어떻게 하려고?"

나는 긴장한 상태로 대답했다.

"마땅한 수입이 없으니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려고요.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내 수공업으로

제가 직접 다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그리고 농사 한 번도 안 해본 놈이 무슨 농사를 하겠다고 그러냐?

네 눈에는 농사가 그리 쉬워 보이드나?"

"아뇨...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작물 언제 어떻게 심고 어떻게 재배하는지 다 알고는 있는 거야?"

"당연히... 그것 역시도 많이 조사하고 공부했습니다."

 

이에 답답하셨는지 아버지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네가 부모 입장이 되어서 한번 생각을 해봐라.

자식새끼가, 젊은 놈이 세상 다 무너진 것처럼

'시골 가서 농사나 하려고요~' 이러고 앉아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길 바라는 건데?"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남들이 말하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 권력 뭐 이런 것들요."

"내가 언제 너에게 그런 걸 바랐어?"

"네, 그저 건강하게 잘 살아라고 말씀하셨었죠.

그러나 도시생활을 하면서 저의 정신은 날이 갈수록 망가지고 있고,

때문에 제 딴에는 제 나름대로 건강하게 잘 살아보려고 내려가려는 건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아버지는 격양된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네가 직장 생활을 해봐야 얼마나 해봤다고 그딴 소리를 하는 거니.

어? 꼴랑 몇 달 다니다가... 정말 그것밖에 안 돼?

대한민국에 직장이 거기밖에 없어?

너한테 안 맞으면 다른 곳 알아보고 다니면 되는 거잖아?

너 또래 다른 애들 하는 거 한번 좀 봐봐라.

요즘에는 한 곳에서만 일하면 바보라면서?

왜 그렇게 못 하는 건데?

아니, 못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버지는 제가...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모르시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사람 상대하는 거... 저는 이제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못하기 때문에 안 하는 겁니다."

 

사실 입안의 것은 '학창 시절에 심각한 찐따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나는 민폐 안 끼치고 죽으러 가는 거다.'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것은 목구멍 깊숙이 묻어두었다.

 

그러나 이 고민은 무의미한 고민이었을까.

아버지께서 한탄하시며 말씀하셨다.

"제발 횡설수설 좀 그만해라.

너... 엄마가 너랑 통화하고 난 뒤에...

매일 위염 때문에 자다가 중간에 깨고 그러는 거 알고 있어?

엄마가 왜 그러시는 거 같니?

너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잠도 편히 못 주무신다고.

꼭 칼로 사람 찔러 죽여야 살인이냐? 어?

네가 지금 사람 여럿 죽이고 있는 거 알아, 몰라?"

 

솔직히 다른 말보다도 저 말씀 한마디 때문에...

다른 말씀을 하신 것은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나도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내가 못난 놈이라는 것을.

나는 아버지께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 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사실, 아버지께서는 그동안 틀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어요."

 

그동안 나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먼저, 부모님이시겠지.

나 같은 못난 놈을 두신 것이 죄라면 죄겠지.

내 주제를 모르던 과거에는 '나를 대체 왜 낳았느냐'라고 따져 물었으나,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부모가 과연 '나'를 낳고 싶어서 낳았겠는가.

당연히 제대로 정신머리 박힌 '찐따가 아닌 나'를 원하셨겠지.

 

그래서 나는 통화를 하는 동안 계속 생각했다.

'몸에 좋은 약이 쓰듯이, 팩트는 매우 잔혹하다.'

나는 다만 "아버지 말씀이... 전부 옳아요.

사실, 지금까지 틀린 말을 하신 적이 없으셨죠."

그저 이렇게 대답만 할 뿐이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언제 내 말이 틀린 적 없다고 했냐?

내 말이 틀릴 수도 있어.

하지만 너는 이제 성인이잖니.

이제는 네가 알아서 좀...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나이 아니니?"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너도 이제 다 컸으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거다.

네가 이미 속으로 답을 정해놓고, 그러겠다는데

내가 너한테 아무리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니.

정 네가 하고 싶다면 이렇게 통화하지도 않았을 거야.

정말 간절했으면 진작부터 농사짓는 사람 찾아가서

'저 여기서 일 좀 배우고 싶습니다. 하루만 좀 재워주십시오.' 했겠지.

그냥 너는... 현실 도피가 하고 싶은 거잖아, 안 그래?"

 

이에 나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왜 나쁜 건가요?"라고 하고 싶었으나,

나에게는 발언권도 없고, 아버지 말씀이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저... "아버지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셨다.

"네가 나한테 어쭙잖은 지식으로 대드는 것처럼,

제발 이 세상을 회피만 하지 말고 좀 대들어봐라."

 

통화를 마친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두 눈에는 눈물이 고였으나,

나는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소리를 죽인 채 계속 세면을 했다.

'그럼 부동산은...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알아봐야 하나.'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것을 이미 생각하고 있었고,

먼저 산속에 들어가서 생활을 해본 다음에 결정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짐을 챙겼다.

 

짐을 다 챙긴 후에 나는 자리에 누웠다.

계속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네가 사람 여럿 죽이고 있는 거다.'

 

다시 생각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나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죽으려고 했던 거다.

죽음을 위한 계획을 짜면서 작성해 두었던,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문서에도 이미 적혀있는 사항이다.

그냥 죽으면 안 될까.

계획도 세워두었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죽을 수 있는데.

나는 대체 왜 죽지 않는 거지.

 

나는 왜 시골로, 산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거지.

이에 대해서도 저번에 결론을 내렸다.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죽기 위해서'

그리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죽기 위해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

하물며 내 이름 석자마저도 내 것이 아니다.

이름마저도 내가 스스로 부여한 것이 아닌데

어찌 나를 '온전한 나'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거야 뭐, 개명하면 그만 아닌가?'라고도 생각은 해보았으나,

애당초 법적으로도 성씨는 개명을 할 수가 없다.

 

이름은 시작에 불과하다.

태어날 때 걸쳤던 실오라기 한 올마저도 그렇고,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

내가 먹고 있는 음식,

그리고... 내 가족.

이 모든 것이 과연 '온전한 내가' 선택한 것들이고,

'온전한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과거였다면 아버지를 원망했겠지만,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팩트로 조져지는 것이 일상인 마당에

맞는 말 좀 들었다고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로 나이 스물아홉 처먹었음에도 이따위 소리나 듣고 있는 것이,

그저 찐따인 나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오히려 내가 도시를 떠나야 할 이유가 명백해진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좀 편해진 것도 없잖아 있다.

 

짐도 다 싸두었으니...

이제는 잠시 떠나 당분간 지낼만한 곳이 있는지 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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