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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찐따, 일을 그만 두다. -2-

펭찐 2023. 4. 2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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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2023.02.17 - [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 찐따, 일을 그만두다. -1-

 


 

봄.

글을 쓰고 있을 당시만 하더라도

날씨가 풀리면서 어느덧 벌써 3월이 찾아왔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4월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일을 그만둔 지도 벌써 한 달, 아니 이제 세 달이 지났다.

현재는 따스한 봄을 맞이하며 4월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때는 아직 쌀쌀한 날씨였던 2월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슬슬 돌아가자."

사촌 여동생은 나에게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오후 8시 30분이 되어있었다.

 

나는 쓸쓸하게 담배 한 모금을 태우고 있었다.

처량하게 저 멀리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찐따인 나를 보는 사람도, 신경 쓰는 사람도, 주변에 그 누구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나는 괜스레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다.

커플들이 지나갈 때마다 나의 마음을 말 그대로 후벼 팠다.

어느덧 벌써 29년.

29년의 세월이 쌓아 올린 고독함일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나지막이 외쳤다.

'... 씨발.'

 

집으로 가는 도중, 햄버거 식당이 보였다.

처음 보는 햄버거 가게였다.

"오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저기서 먹을 거라도 사서 가."

사촌 여동생의 말에 나는 잠시 멈칫하며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 저기서 먹어봤어?"

"응! 저기 엄청 맛있어! 가격도 정말 싸고."

나는 사촌 여동생의 권유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나서 메뉴판을 보며 사촌 여동생에게 물어보았다.

"네가 먹었던 게 어떤 거니?"

"음...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럼 추천 좀 해줄 수 있겠니?"

"으으음... 모르겠어! 나 결정장애잖아... 히히..."

나는 그나마 적당해 보이는 메뉴를 골라 주문을 했다.

 

가게 안은 굉장히 넓었고,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사촌 여동생과 나 둘 뿐이었다.

아무래도 시간도 시간인지라 그런 것 같았다.

오후 8시 30분 즈음이면 밥 먹을 때는 아니니까 말이다.

가게 안에 사람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촌 여동생과 단 둘이 있으니까 괜히 신경 쓰였다.

'혹시라도 나와 사촌이 커플로 보이진 않겠지...'

 

아주 옛날,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사촌 여동생과 같이 있다가 오해를 샀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점원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점원이 사촌과 나에게 가장 먼저 물어봤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실례지만, 여학생분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사촌 여동생이 나이를 대답하자 곧바로 이렇게 되물었다.

"어... 음... 설마... 두 분 커플이신가요...?"

이 상황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눈빛과 어투.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나는 어눌하지만 빠르게 대답했다.

"아... 아뇨, 사촌입니다."

 

그러자 점원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이때의 기억은 아마도 사촌 여동생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워낙 황당했던 기억이라서 말이다.

나는 점원의 눈도 똑바로 못 마주친 채로 어눌하고 어색하게 대답했고,

마치 볼일이 급한 똥개처럼 몸을 비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나는 가게 안에서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었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기 전에

어떻게든 빠르게 주문을 마치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찐따 때문에 불쾌한 오해를 받으면 분명 사촌이 싫어할 거야.'

 

- 2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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