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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에게 기회가 와봤자 여우와 포도에 불과하다.

펭찐 2022. 4. 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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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도 미천한 고졸에 사람 상대하는 것이 많이 부족한 찐따인 나에게 참으로 신기한 일이 생겼었다.

나의 블로그를 통해, 그리고 내가 독학하여 깃허브에 정리해놓은 문서를 보고 어떤 분이 나에게 연락을 주셨다.

그분은 컴퓨터 교육을 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파이썬 교육을 위해 이것저것 교재도 만들고 초심자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간략히 소개했다.

내가 독학하면서 정리한 문서들과 심플하게 만든 프로젝트를 좋게 봐주셨나 보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하며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가 들어왔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좋은 일 하시는 분이고, 그만큼 대단하신 분인데 도대체 왜 고졸학력에 내세울 것 없는 나에게 연락을 했는지.

돌아온 답변은 "문서를 정리하는 것을 봤는데 글솜씨가 좋은 것 같다", "힘든 일을 극복하셨으면 좋겠다"와 같은

미천한 나에게 굉장히 감명 깊고 따뜻한 멘트를 남기셨다.

그리고 이것은 두 번 다시없을 천금 같은 기회인 것이라는 사실을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좋은 제안을 내가 거절한 이유,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명명백백하였다.

 

 

우선, 나는 이 분야에 대해 비전공자다.

비전공자이기 전에 나는 고졸이다.

이쪽 분야에 대해 나는 경험이 전혀 없다.

물론, 나는 고졸이기 때문에 이쪽 분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경험이 전무한 놈이다.

나도 이제 막 배우고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전공자들이 볼 수도 있는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단 말인가.

전문가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온전히 독학으로 익혔기에 신뢰성이 낮고 얕은 지식에 불과하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과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보일까.

학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교육을 위한 문서를 작성하는 것만큼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문적인 신뢰성이 없고 신뢰성을 따질 필요도 없는 개인 유튜브 채널이라든가,

지금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 정도라면 모를까.

나 같은 찐따가... 글을 잘 쓴다고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물론 좋게 봐주시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정말로 많다.

때문에 애초에 고졸인 내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척하는 것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나는 굉장히 좋은 제안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찐따 중에서도 정말 답 없는 '찐따'다.

나는 사회생활이라는 것 자체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토록 내가 남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계속 시도하려고 하고,

중간에 포기도 해보고, 다시 도전해보고 했던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서다.

나는 내가 남에게 어떤 민폐를 끼치게 될지 알 수 없다.

이 기회를 빌려서 극복해보고자 하는 마음은 굉장히 굴뚝같고, 당장에라도 수락해버리고 싶었다.

여태껏 무직 백수였던 찐따인 내가,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판타지가 아닌가.

그러나 일이라는 것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합이 맞아야 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나는 타인이기에, 타인의 입장도 나와 똑같은 것이다.

일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면 안 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나는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지, 어떤 것이 민폐를 주는 행동인지를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만약 내가 대형사고를 치게 된다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회사가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회사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특히 요즘같이 SNS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회사 이미지에 금이 가버리면 자칫 잘못하다가는 불매 운동으로까지 사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찐따인 내가, 엉뚱한 행동으로 인해 회사에 이미지를 먹칠하게 된다면,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그 회사는 나 때문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저 내 생각만 해서 어떻게든 돈 벌면 그만이라고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체로도 이미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나는 그분의 따뜻한 호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어 했었고, 재미를 느끼고 있기에

이 일과는 별개로 나 스스로가 계속 독학을 하면서 지식을 쌓는 것은 계속할 것이다.

 

아마도 이 일은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라는 존재가 이런 미천한 찐따에 불과한데..

마치 여우가 포도를 바라보면서 "저 포도는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고 여겼듯,

나 역시도 여우처럼 스스로에게 합리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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