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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찐따, 인생 출사표

펭찐 2020. 11. 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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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낡은 노트에 적고 싶었지만

몸이 성하지 않는 탓에 침상에 누워있는 신세라

별 수 없이 이곳에 적게 되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옴에 있어서

자신 앞에 닥친 시련과 역경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이 또한 행복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불행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면, 후자에 가까웠다.

모든 상황, 모든 사람, 모든 것들이 그저 원망스러웠다.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타인에게 묻고자 하는 어리석음과 생각의 오류를 범해왔다.

가족, 타인으로부터 작자들과 비교도 많이 당해왔고,

나 스스로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기에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며 살았다.

나는 나약하고, 의지박약에, 무능하며, 부정적이니까.

나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희망적인 메시지보다는 절망과 좌절, 허무함으로

텅 빈 마음을 채워 넣게 되었을 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고 위로가 되었다.

우울함에 취해서 미련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심적으로 안정감을 얻고 안심이 되었다.

이 상태가 지속되어야 했기에 우울하지 않으면 안 됐다.

마치 중독이 된 것처럼 그렇게 느껴졌다.

되려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더 불안해졌다.

혹시라도 내가 사소한 행복에 취해 안일해져서

더 큰 악재가 닥쳐오지는 않을까.

비과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미신 따위는 내키지 않기에

믿고 싶지도 않고, 믿고 있지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희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미련을 갖게 된다는 것이고

미련을 갖게 된다면 그만큼 망설여져 불안해진다.

차라리 내 인생이 비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난다면

솔직히 속은 더 편할 것 같다.

고통과 고생뿐이었던 보잘것없는 인생

언제든 끝나더라도 후회는 없을 테니.

죽음에 대해 관대해지고 두렵지 않게 된 것은

큰 수술을 받고 나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공허의 세상이라는 것도 정말 별 것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깨닫고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았다.

살면서 그만큼 노력해본 적이 없었을 정도다.

하지만 재능이라는 벽 앞에 부딪혀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는 결국에는.

오랜 세월 습관이 만든 그것은 극복하기 힘들었다.

나를 가르치던 스승이 했던 말이 있다.

성공하려면 싫은 일도 해야 하는 법이라고.

싫은 일, 하기 싫은 일은 저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싫은 일이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삶을 영위하는 것 그 자체다.

싫은 일을 하면서까지 왜 굳이 버티면서 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에 뒤이은 타인의 현생에 대한 과몰입.

운이 좋아 대박을 쳐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천생연분을 만나 화목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

유튜브나 SNS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화려한 인생사.

남부럽지 않은 주인공 인생으로 살다가 가든

악랄하고 무자비한 악역으로 살다가 가든

존재감 없고 별 볼일 없는 엑스트라로 살다가 가든

어차피 죽으면 끝이라는 것은 알지만

나도 모르게 부러움과 시기심이 느껴졌다.

삶의 목적, 목표를 잃었기에 계속 비참해졌다.

 

이런 나에게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왔다.

한 소녀의 존재는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했고, 시련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행운이 찾아오자마자 바로 악재가 터졌다.

5년 동안 멀쩡하던 지병이 다시 재발했다.

모두에게 나 같은 찐따가 시련, 트라우마를 극복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정신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이것이 나의 인생이라면,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나는 억울해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처음 사귀게 된 친구,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미련 없이 시술조차 받지 않고

미련 없이 이 삶을 마감했을 텐데

희망이 나를 조롱하며 고문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도

너무 화가 나고 눈물이 앞을 가려 어찌할 수도 없다.

유일하게 만난 이 소녀를 다시금 보고 싶은 마음이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은 이 지긋지긋한 인생을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듯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소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순수한 비극으로 끝낼 수 있었을 텐데

그녀의 존재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감사하지만,

나에게 희망과 미련이 생겼기에 원망스럽기도 하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편하게 인생을 끝냈을 텐데.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려 숨통을 끊기가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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