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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찐따, 인생 출사표 -2-

펭찐 2020. 11. 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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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세상이라는 님아.
저의 잘못입니까.
제가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지난 세월 동안 정신적인 수모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쉴틈 없는 싸움에
나약한 저의 육신은 버티지 못하여
제 기능에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모두가 같은 대지를 딛고 서있는데
그중 제가 그토록 모난 돌처럼 보였습니까.
주변에는 저를 향한 경멸과 증오의 시선들이
한없이 멀기만 했던 이 거리를 지나서
저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이윽고 혐오의 감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님아. 님이 만약 저였다면 어떻게 하셨을 겁니까.
제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이렇게 살고 싶어 사는 것이 아닙니다.
님은 저를 가엽게 여기셨는지,
아니면 더 미워하셔서 그런 건지
미련이라는 이름의 작은 희망을 내려주면서
저의 반응이 궁금해 방관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뜻대로 저는 미련을 받아들였기에
이토록 순수한 소녀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님은 이것을 원하셨던 건가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더 이상은 이렇게 살기 싫다고
소녀에게 목놓아 울부짖었습니다.
저의 찐따 같고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며
소녀에게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새벽까지 괴롭히는 고통과 서러움을
소녀에게 이야기하면서
이토록 찐따 같은 저 자신이 더욱 싫어져
정이 다해 떠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소녀는 아직도 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저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이미 남아있지 않아 바닥을 보였으며
이것은 제가 버틸 수 있는 시련이 아닙니다.
제게 무슨 능력이 있어서 버틸 수 있겠습니까.
이 순수한 소녀의 존재 하나만이 저의 유일한 힘입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걷지도, 서있지도, 앉지도 못해
그저 무력하게 누워서 눈물을 쏟는 것뿐입니다.
저의 유일한 벗이 되어준 소녀는
아직도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소녀를 위해서라도 버티고 싶습니다.
이 소녀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주고 싶습니다.
그러기엔 제가, 내가 너무 무능력하고
더는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몸이 부서지도록 사력을 다해
눈을 감으면 비로소 멈추겠다는
촉나라의 승상 제갈량이라는 인물이 생각납니다.
저는 그분과는 달리
몸이 부서지도록 사력을 다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분과는 달리
희망을 놓지 않고 북벌을 감행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분과는 달리 찐따라서.
무능력한 찐따니까요.
저도 소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북벌을 감행하고 싶지만
너무 두렵고, 무섭고, 무능합니다.
만에 하나, 저 같은 놈도
이 시련을 극복하게 된다면
저를 위해 곁에 남아준 이 소녀를 위해서
보잘것없지만, 제게 남은 이 인생을
그 소녀를 위해 보내겠습니다.
저는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그동안 남을 위한 인생은 무의미하다고 여겼고
그것만큼 미련한 것이 없다고 여겨왔습니다.
그럴 바엔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남을 위해 사는 인생도
어쩌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요.
그 누구도 제게 먼저 다가와주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손을 건네주며 먼저 다가와주고
고통에 시달려 어리광을 부려도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해주는
이 소녀를 위해서라도
이 찐따가, 비록 보잘것없다고 하더라도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소녀를 위해 인생을 살아갈 테니
부디. 님아,
나의 간절한 마지막 소원을 좀 들어주면 안 될까요.
멋지고 용기 있게 전쟁터에 나가는
그런 용맹한 전사의 모습으로
북벌에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설프고, 찌질하고, 부족해 보여도
소녀를 향한 이 감사한 마음은
실로 참된 마음이니
님아, 제발 부탁입니다.
이 소녀에게만큼은 저와 같은 불행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미천한 찐따의 간절한 부탁을,
제발 이 부탁을 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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