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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에게는 또다시 그만둘 위기가 찾아왔었는데...

펭찐 2022. 11. 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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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표님과 심각한 통화를 했었다.

어제 대표님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오늘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하셨다.

 

밤에 굉장히 피곤하고 머리도 지끈거렸지만,

역시나 잠은 오지 않았다.

나는 불안해서 새벽부터 샤워를 하기 시작했고,

유튜브를 보다가 간신히 잠에 들었다.

그래도 평소 때처럼 완전히 늦잠을 잔 건 아니었던 것 같아 다행이다.

어제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래서 아침부터 지각을 할 수 없었다.

 

오전 9시 정각.

알람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곧바로 기상하였다.

문제는... 잠깐 깼다가 나른해져서 눈을 다시 붙였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다시 일어나 보니까 오전 9시 30분이 되어있었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 무려 30분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나는 부랴부랴 양치하고 샴푸하고 입안에 영양보충제를 털어 넣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출근할 준비를 마친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날씨가 굉장히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엊그제와 어제는 굉장히 날씨가 쌀쌀했기 때문에

묵혀놓았던 패딩 점퍼를 풀어놓았는데...

이걸 입고 가기에는 너무 더운 것 같고,

그렇다고 얇은 옷을 입고 가자니 추울 것 같았다.

나는 고민하던 끝에 패딩을 입고 나왔다.

 

패딩을 입기에는 역시나 굉장히 더웠다.

그래도 감기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을 했다.

도착 시간을 보니까 간당간당하게 맞춰서 온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사무실 안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나는 늘 그랬듯, 컴퓨터를 세팅하고 업무용 메신저를 확인했다.

그리고 어제 멘탈이 나가서 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쭉 정리해놓고

조심스럽게 메신저로 전송했다.

그리고 어제 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퍼블리싱 작업부터 시작해서 기능 수정까지...

미뤄두었던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거라 그런지

역시나 할 게 은근히 많았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먹기로 했다.

한 끼 식사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이럴 때 돈을 안 쓰면 어디에 쓰겠다는 말인가'라며

머릿속으로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우선 안 되던 부분을 하드 코딩을 해서 해결해놓긴 했다.

오늘 새로 받은 퍼블리싱 자료를 받아서

프로젝트에 적용시키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당장 급한 대로 하나를 해결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이 자꾸만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대표님께서 출근하셨다.

간단히 인사치레를 하고 업무를 보려는데

역시나 대표님께서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부르셨다.

 

"흔찐씨, 어제 전달했던 사항이라서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흔찐씨가 생각을 너무 앞서가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본인 책임이 아닌데도 자꾸만 본인 탓으로 돌리려고 해요.

이것은 흔찐씨가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본인만의 성격인 것 같은데,

저는 그러는 거 안 좋아해요.

왜 본인 책임이 아닌데도 자꾸만 본인 탓으로 돌리시려는 건지..."

 

전부 맞는 말이라서 뭐라고 할 이야기가 없었다.

다만, 내가 겪은 고충과 고민거리를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저는... 저의 개인적인 일을 회사로 가져와서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제가 부탁을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이미 편의를 봐주셨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것은 어제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저의 오해였지만...

그래서 저는 저의 사사로운 감정을 사회나 회사로 끌고 와서

여기저기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었습니다.

그런 짓은... 제가 견디지 못하겠더라고요."

 

나의 이야기를 들은 대표님께서 대답하셨다.

"흔찐씨가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역량,

프로젝트하다가 힘들거나 안 되는 부분들.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개인적인 일이 되는 거죠?

흔찐씨가 현재 쏟고 있는 역량은 회사 프로젝트 아닌가요?

그리고 힘들다고 느꼈던 부분이나 안 되던 부분들도

결국 회사 프로젝트를 하다가 발생한 문제들 아닌가요?

그럼 이것은 회사로 가져와서 논의해야 할 문젯거리지,

그게 어떻게 개인적인 문제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대표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흔찐씨, 침소봉대하지 마세요.

침소봉대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 에...? 침소봉대가 무슨 말인지..."

"침(針)은 말 그대로 바늘을 의미하는 것인데,

침에 작을소(小) 자를 붙여서 작은 침을 뜻하고,

봉(棒)은 말 그대로 큰(大) 손잡이를 의미하는 거예요.

즉,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서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을 뜻하는데...

원래 지금 같은 상황에 사용하는 사자성어는 아니긴 합니다만,

흔찐씨는 본인이 져야 할 책임감을...

실제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의무는 적은데,

본인 스스로가 너무 크게 부풀리고 있어요.

그러지 말라는 뜻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책임감이라고 해봤자 프로젝트 달성 여부와 완성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표님께서는 그 부분까지 고려하지 말라는 뜻으로 하셨나 보다.

이에 나는 대답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멘탈이 나가버렸던 것은...

제 개인 사정이 아닌가요..."

"그럼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되는 부분이죠.

하다가 힘들면 힘들다고 언제든지 이야기하세요.

곧바로 '그만두겠습니다.'로 나오는 건 아닙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대표님께서 몇 마디 더 하셨다.

"흔찐씨가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미숙해서 그런 탓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이런 부분들까지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만둔다는 이야기도 습관 되어버리거든요.

마치... 애인이랑 싸우다가 툭하면 '우리 헤어져!'라고 하는 말버릇처럼요.

흔찐씨는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할게요..."

나는 찐따라서 애인 사귀어본 적 단 한 번도 없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대화 분위기상 그런 이야기를 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흔찐씨, 본인은 천재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천재가 아닌 이상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해요.

본인이 일 못 한다고 느껴서 그대로 관둬버리면,

그다음에는... 대체 뭐 하려고 그러셨나요...?

그냥 '난 일 못 하니까 죽을 놈이야... 그냥 죽어버려야지...'

설마 이렇게 생각하셨나요?"

 

너무 정확해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굉장한 사회생활 짬밥과 노련함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말 그대로 나는 대화를 하다가

나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부검당한 느낌이었다.

 

"만약 그렇게 굴리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 다니는 사람은 직원이 아니라 노예죠, 노예.

여기가 북한입니까? 공산당이에요...??

흔찐씨가 과거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지금 흔찐씨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는...

과거에 무슨 안 좋았던 사연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힘들면 언제든지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제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이던가요...??"

마치 나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씀하셔서 더 놀랐다.

 

그동안 나는 인복(人福)이 없었던 걸까.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내가 너무 앞서간 건가.

과거에 안 좋은 사연이 있다는 것까지 짚으신 걸 보면...

뭔가 나의 무의식을 살피셨던 것 같았다.

그동안 내가 대표님의 의중을 살피려던 것처럼,

대표님 또한 나의 의중을 살피셨던 것이다.

 

꽤나 무게가 잡혀있는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에

나는 정신없이 작업을 마무리 짓고 퇴근하였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고... 옷을 갈아입고 집안일을 잠시 하다가

씻고 나와서 일기를 쓰고 있었는데,

대표님께 전화가 왔다.

"흔찐씨, 퇴근하셨죠? 제가 오늘 줬던 업무 말인데...

지금 작업한 대로 하면 안 되고,

이렇게 작업해야 할 것 같아서 연락드렸어요.

내일 출근해서 그 부분만 수정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흔찐씨, 오늘 고생하셨고... 푹 쉬세요."

 

시간도 임박하였고, 기능 구현이 완료가 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되어있는 페이지는 하이퍼링크로 걸어서

정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어차피 프로토타입이라 흐름만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기능이 완벽히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었다.

뭔가... 그래서 그런지 진이 쫙 빠지면서 긴장이 풀어졌다.

"그럼... 제가 주말 동안 계속 고민했던 문제들은 전부...

전부 무엇이었을까요..."

"흔찐씨 혼자 뻘짓한 거죠 뭐...

진작 이야기했으면 그렇게 고생 안 했을 텐데..."

 

찐따인 나에게 또다시 회사를 그만둘 위기가 찾아왔었는데...

이번에도 또다시 필생즉사 필사즉생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그만두려니까 좀비처럼 되살아난 기분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사회생활에 대해 배웠다.

사회생활은 의사소통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찐따인 나는 정말로...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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