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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펭찐 2022. 11. 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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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 어제 동안 계속 프로젝트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그만두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월요일...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다.

전화통화로 그만둔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내일까지 참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늦잠을 잤다.

원래는 더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졸려서 더 잤다.

오전 11시 30분 즈음부터 오후 12시 사이에 일어났던 것 같다.

'어차피 그만둘 거니까... 쉬다가 하자.'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잠을 더 잤다.

 

잠에서 깨어난 뒤에 나는 업무용 메신저를 확인했다.

이것저것 자료들이 올라와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다.

그러나 설계 단계에서 기능 설계를 한 내용과,

아웃풋으로 나온 디자인과의 괴리감이 상당했다.

화면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들이 설계 단계에서는 없었기 때문에

기능을 새로 만들거나 아예 갈아엎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멘탈이 점점 붕괴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번 주 까지만 나오고 안 나올 생각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프로젝트 마감일이 임박하여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굉장히 마음이 급해졌다.

어쨌든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번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제대로 마무리를 해놓아야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고, 그렇게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틀 남겨놓고 갑자기 빤쓰런을 해버리면 민폐니까 말이다.

그래서 눈을 뜨고 있는 동안 하루 종일 계속 일만 했다.

밥도 먹지 않고 오로지 프로젝트에 매달려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오후 8시가 넘어있었다.

또다시 초과 근무를 했다.

나는 완전 멘탈이 붕괴되어버렸고,

결국 참다가 대표님께 통화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통화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너무 힘들어서 해야 할 것 같았다.

 

대표님과 통화를 했다.

"흔찐씨, 무슨 일이에요?"

"대표님, 사실은... 통화로 해야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나는 지금까지 겪고 있는 트러블을 읊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대표님, 이번 주 봉급만 받고 저는... 그만둬야 할 것 같습니다.

주말에도 업무 메신저가 날아오는데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기간도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퍼블리셔 쪽에서 디자인도 아직 완성이 안 된 상황인 데다가

프런트 디자인과 서버에서 처리되는 기능과의 괴리감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기간 안에 제대로 마무리를 짓고,

그만두고자 합니다..."

 

통화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내일도 대표님께서 언제 오실지 모르고,

더 늦기 전에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으신 대표님은 말씀하셨다.

"흔찐씨, 그만둔다는 이야기는... 함부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뭔가 문제가 있다면 저한테 이야기를 해야죠."

나는 대답했다.

"주말, 그리고 오늘까지 고심한 끝에... 말씀드린 겁니다.

솔직히 고민이 굉장히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표님께서 편의를 많이 봐주셨는데,

여기서 제가 무언가를 더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나의 대답을 들은 대표님께서는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지셨다.

"흔찐씨, 그런 판단은 대표인 제가 하는 거예요.

그런 문제들은 흔찐씨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흔찐씨 부탁에 대해 편의를 봐드린 것이 아니라,

당장 프로젝트에 필요도가 낮은 부분을 빼놓고

프로젝트를 다이어트시켜놓은 건데,

그걸 왜 편의라고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흔찐씨가 그런 책임감이라든가, 염치가 있다는 건 좋은 점이지만

너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흔찐씨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전혀 아닌데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

힘들거나 안 되는 부분들은 저랑 같이 의논해보고 결정하면 되는 일인데,

곧바로 '그만두겠습니다.'가 나오는 게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리고 프로젝트 기간에 대한 오해도 말씀하셨다.

"게다가 저희 미팅 잡혀있는 것도 클라이언트랑 잡혀있는 게 아니라,

저희 쪽이랑 같이 일하는 파트너랑 미팅하는 거예요.

클라이언트랑 미팅하는 거면 당연히 이런 식으로 진행 안 했죠...

미완성 상태면 미완성인 상태로 그냥 시연하면 되는 거예요.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이거 프로토타입 만드는 건데

흔찐씨가 너무 부담 갖고, 너무 완벽하게 다 하려고 하고 있어요."

 

나는 내가 오해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이어서,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말씀드렸다.

"잘 알겠어요. 프로젝트하면서 문제 있던 부분들은 잘 정리해놓으면 됩니다.

저희가 실제 상용화를 위한 프로젝트 단계로 들어가게 되면

정리해둔 부분들을 참고해서 개발하면 되는 거니까...

그때를 위한 거라고 보시면 되고요.

흔찐씨 설마... 저를 못 믿으셔서 그만둔다는 말씀을 하는 건 아니죠?"

 

나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대충 감은 잡혔다.

"흔찐씨, 정 안 되는 부분은 하드 코딩을 해놓거나,

해당 페이지는 스킵해두거나, 기간을 미뤄두면 되는 부분이에요.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서 그런 부분까지 일일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죄송합니다..."

"에휴... 그래서 아직까지도 계속 일 하고 있던 거예요?

좀 쉬면서 쉬엄쉬엄 하고... 오늘 고생했어요.

내일 뵐게요, 흔찐씨."

"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는 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차라리 이대로 사표를 수리해준다고 하고...

이번 주까지만 다니고 아예 끝났다면...

오히려 더 편했을 텐데...'

사회생활을 하는 것... 그리고... 일 하는 게 너무 싫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기대도 안 하고 계시는데,

내가 너무 과도하게 신경을 써서 그런 것 같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뭐라도 좀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를 구매했다.

도시락 하나에 무슨 6,500원씩이나 했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하고 진이 빠져서 우선 잠시 접어두기로 하였다.

 

집에 돌아온 나는 도시락을 레인지에 돌렸다.

그러는 사이에 회사에서 가져온 업무용 노트북을 정리하고...

도시락을 쿰척쿰척 먹었다.

 

차라리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도 나는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만두고 포기했으면 편했을 텐데...

찐따라서 거절하는 법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 것일까...

저번에도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그만두지 못했다.

 

일을 너무 설렁설렁해도 문제겠지만,

나는 별 것 아닌 일에도 너무 신경 쓴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그나저나, 그놈의 '융통성'은 도대체 적정선이 어디까지인 걸까.

찐따인 내게 사회생활은 아직 험하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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