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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사회생활 일지

찐따, 외근을 하다.

펭찐 2022. 10. 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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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오늘은 아침에 지각을 했다.

사실 늦잠을 자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단지 아침에 일찍 나와도 사람이 없어서 일부러 늦게 나갔다.

게다가 오늘 저녁에는 외근을 하는 날이라서

어떻게든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비축해두고 싶었던...

그런 비겁하고도 게으른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에 의해서 대표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흔찐씨, 출근은... 어떻게 된 건가요?"

하필이면 오늘 대표님께서 일찍 나오셨나 보다.

매일 일찍 출근하다가 오늘 하루 늦게 나왔건만...

머피의 법칙에 의하여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다.

나는 학창 시절 내내 그 누구보다 머피의 법칙에 대해서

아주 뼈저리게 느껴본 찐따이기 때문이다.

그걸 잘 알면서도 당하다니...

정말 나는 미련한 찐따인 것 같다.

나는 출근하려는데 속이 안 좋아서

아침에 화장실에 갇혀있었다고 적당히 둘러대었다.

그러고 나서 회사에 도착을 했더니만...

하필이면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영... 시작이 좋지 않네...'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사무실에 있는 곳까지 계단을 올라갔고,

뒤늦게 도착한 나는 대표님께 정신없이 인사를 드렸다.

"죄... 죄송합니다... 오늘 속이 안 좋아서... 좀 늦었네요..."

사실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 일부러 늦게 나왔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가뜩이나 오늘 저녁에는 외근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대표님께서 "흔찐씨, 소화제 잘 챙겨 드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그러고 나서 나에게 물으셨다.

"흔찐씨, 뛰어오셨나요? 왜 이렇게 숨을..."

나는 대답했다.

"아... 엘리베이터 수리 중이라고 되어있던데...

혹시 대표님께서는 못 보셨나요?"

"어? 그래요? 엘리베이터가 또 고장이 났나...?"

 

'또'라고 언급하며 말씀하신 것을 보아하니,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가끔씩 말썽을 일으키나 보다.

아무튼 나는 약 3~40분 정도 늦게 도착하였고,

늘 그랬듯 정신없이 컴퓨터를 세팅하고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표님께 말씀드렸다.

"대표님... 저... 오늘은 점심은 안 먹으려고 합니다..."

"왜요? 속이 많이 안 좋은가요?"

"뭐...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제가 늦게 와서 점심시간까지 계속 일 하려고 했던 참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난 뒤에 나는 조용히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막상 점심시간이 찾아오고 나니까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흔찐씨, 밥 안 먹어요?"

"예...? 그래도 될까요...?"

"아휴, 뭘 그런 걸 따지고 그래요, 피곤하게 쓰리...

어차피 한식 먹으러 갈 거라서 속 안 좋아도 괜찮을 거 같은데."

"예...? 아... 그럼... 알겠습니다..."

사실 밥을 안 먹어도 별 상관은 없었다.

요즘에 잘 먹지를 않아서 그런지 밥맛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혼자 생활하는데 건강을 위해서라도

우선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건물 바로 아래에 식당에 도착했다.

예전에 혼자 점심시간에 탐색하던 식당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역시나 메뉴판을 보고 뛰쳐나온 식당들 중 하나였다.

"흔찐씨는 뭐 드실래요?"

"아... 저는... 김치찌개 먹겠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간만에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갈 들었다.

라면 국물 말고 얼마 만에 먹는 국물이란 말인가...

 

대표님과 또다시 잡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식당에 있는 TV 뉴스를 보며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에고... 어쩌다 저런 큰 기업이 갑자기 망했을까..."

이제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좀 넘었기에,

이런 일상적인 잡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아주 조금은 학습이 되었다.

나는 역시나 의중을 살피고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뜨끈한 국물을 만끽하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번에 어떤 기업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있는데,

이걸 사용해가지고 이런 식으로 만들어서..."

다른 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단순하게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렇게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지났고, 나는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서 업무를 보았다.

"흔찐씨, 하고 계신 일은 잘 되어가나요?"

"예...? 아... 뭐... 그럭저럭 잘 되고는 있습니다..."

"허허, 자신감이 넘치네."

"그... 그런가요...?"

어떤 게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시킨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아니면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인 건가 싶다.

그렇게 나는 업무를 보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으으으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네...'

그렇게 고민하면서 계속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었다.

 

열중하면서 업무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대표님께서 나를 부르시며 말씀하셨다.

"흔찐씨, 이제 슬슬 나갈 준비 합시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5시가 다되어갔다.

"만나서 어떤 일 하고 있는지 구경하고,

같이 밥 먹고... 그렇게 합시다."

대표님과 같이 차에 탑승했다.

 

역시나 외근을 가는 길에 계속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차가 많이 밀렸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제 더는 할 이야깃거리가 없는데... 무리 데스요...'

사무실에서도 계속 대표님과 단 둘이 있긴 했지만,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어색했다.

잠시 동안 잠적이 흐르고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대표님은 운전을 하시느라 피곤해 보이셨지만,

나는 부담스러워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문제는 집에 올 때에도 이런 똑같은 상황을 한번 더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언제쯤 도착하려나... 미치겠네...'

이렇게 생각이 들 때 즈음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나는 대표님을 따라서 건물 안에 들어갔고,

같이 일하고 계신 분과 인사를 나눈 뒤에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실제로 구경을 해보면서

이런저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오... 꽤 신기하네...'

나는 조심스럽게 프로젝트 결과물을 한번 둘러보았다.

"아직 작업 중이고, 오늘 계속 밤새면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굉장히 부담스러워졌다.

'설마 나도 나중에는 저렇게 밤새면서 일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 애초에 내가 받은 프로젝트는 그럴만한 프로젝트가 아니었기에,

그렇게까지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셨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그렇게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 이 근처가 대학가라서 먹을 곳은 많긴 한데요,

어떤 거 드시고 싶으신가요?"

항상 느끼지만, 이런 질문이 가장 어려운 질문 같다.

나는 대충 눈치를 살피면서 대화의 바통 터치를 시도하였다.

"저는... 너무 느끼한 것 말고는 웬만한 건 다 잘 먹습니다...

흐음... 어떤 게 좋을까요...?"

"그럼... 고기 먹으러 가실까요?"

약간 걱정하면서 바통을 넘겼는데 잘 먹혀들어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저녁으로는 삼겹살을 먹으며 회식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흔찐씨, 이번에 그거 개발하면서 어땠나요?"

"으음... 나름... 신선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이번에 처음 개발해보면서 신기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한창 처음 개발하실 때라서 그럴 수 있겠네요.

오래 하다 보면 재미없을 거예요."

뭐... 지금도 딱히 재밌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말이다...

오히려 나중에는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것이 걱정이 될 뿐이다.

 

어느덧 주문했던 고기가 나왔다.

생고기가 내 자리 쪽으로 와서 나는 고민했다.

'음... 내가 구워야 하는 건가...?'

그래서 나는 일단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흔찐씨가 혼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잘 굽네요.

자취의 경력이 느껴지네..."

"에...? 근데 지금 고기 타고 있습니다만... 빨리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하는 건 아니다...

 

결국 나중에 보니까 결국 다른 분이 고기를 굽고 계셨다.

솔직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잘 구웠다면 계속 내가 구워야 했을 텐데 말이다...

어떻게든 에너지를 비축해두고 싶었기에,

이런 업무의 연장선에서도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위질하는 것도 굉장히 어설퍼서 직접 말로만 안 했을 뿐,

아마도 그것 때문에 답답했었던 것 같다.

뭐... 나에 대해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솔직히 관심은 없었고,

나는 그저 눈앞에 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족했던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로 감격스러웠다.

'삼겹살... 정말 오랜만에 먹어본다...'

나는 눈치껏 쿰척쿰척 집어먹으면서 계속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내 이야기로 넘어왔다.

"흔찐씨는 일 끝나고 평소에 어떤 걸 하시나요?"

"저... 저요...? 저는 그냥... 집에서 애니만 봅니다..."

정말로 집에서 애니밖에 안 보는 나로서는 이렇게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니,

나에게는 모르는 것 투성이기도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오랜만에 먹는 고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평소 먹는 것이 부실해서 영양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나에게는

이토록 눈앞에 놓인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고기에 정신이 팔려서 계속 쿰척쿰척 먹고 있으면 혼날까 봐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적당히 집어먹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대표님과 다시 퇴근하였다.

퇴근하는 길에 여러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흔찐씨, 요즘에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한번 보면..."

나도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아껴둔 에너지를 조금씩 소모하였다.

"아... 저도 그 책 들어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논어와 사서삼경을 읽어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나는 대표님께 인사를 드린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낯선 동네였다.

'아... 젠장...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잘못 내린 거 같다...

길치에 방향치인데... 어떻게 돌아가지...?'

나는 길 찾기 앱을 통해서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도 굉장히 피곤했던 날이었다.

매일 하루하루가 새롭기만 하고, 좀처럼 익숙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적응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찐따에게는 매일매일이 시련 그 자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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