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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끝나버린 나의 천하는 끝나지 않았다.

펭찐 2022. 9. 3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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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ONE PIECE 5 OST ~ココロ のちず~

 


어린 시절, 때가 묻은 과거.
95년생인 나는 언제나 청춘이 지속되리라 믿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체감되지 않았다.
그때는 그저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다.
이 지옥 같은 학교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지옥 같던 시절의 내가 과연 꿈이 있었나 생각해보았다.
당시에 나는 뭐가 되고 싶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자 참으로 어이가 없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때는 거슬러 올라가 중2병이 돋기 시작하는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다.
당시 장래희망에 화려한 업종을 적어놓는 친구들이 많았다.
의사, 판사, 검사 등등 여하튼 사자 직업들은 죄다 총출동했었다.
그때 당시 원피스에 꽂혀있던 나는 아주 당당하게 "해군"이라고 적어놨다.
사실은 그때 "해적왕"이라고 적고 싶었으나,
왠지 그러면 혼날 것 같아서 "해군"이라고 적은 것이었다.

당연히 선생은 "흔찐이는 커서 군인이 되고 싶은 거니?"라고 물었고,
나는 "해적을 잡는 사람이요!"라고 대답했다.
나의 이런 어이없는 당당함에 교실은 비웃음 소리로 가득했고,
쪽팔림이라는 것을 몰랐던 나는 왜 웃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진들은 "고무고무!!"를 외치며 나에게 달려들었고,
마무리는 "지건"을 시전 하면서 말 그대로 나는 '고로시' 당했다.

그러나 나는 그때 그 일을 딱히 후회하진 않는다.
이불킥을 하거나 부끄럽거나 수치심이 느껴지진 않는다.
단지 그때 그 어이없는 당당함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래... 그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 없이 지낼 수 있었는데...'
단지 이 생각만 들뿐이다.
비록 구질구질하고 씹덕 그 자체였던 과거지만,
그때는 사회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아직 생생했었구나 싶다.
만약 그 마음을 청춘이라 칭할 수 있다면,
나의 청춘은 이미 죽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청춘은 이미 끝나버렸으나, 천하는 끝나지 않는다.
왜 끝나지 않는지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미워진다.
그때는 마냥 10대에 머무를 것이라 생각했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체감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계속 나이를 먹지 않을 거라고 믿었는데,
정신연령만 그대로고 벌써 서른을 앞두고 있는 몸이 되었다.

역시나 아직도 과거에 매몰되어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절대로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또다시 되풀이하고 싶진 않다.
고로 과거로 회귀하고픈 마음도 들지 않으니,
그렇다면 역시나 나의 인생, 이 천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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