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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의 기록 보관소/찐따의 생각과 일기

시각의 차이

펭찐 2022. 2. 2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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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들어오는 길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좋은 편이라고 나와있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에 바깥공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오늘도 여전히 사색에 잠기며 걷는 길이었다.

지난 생각에 이어서 내가 과연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나에게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가.

되려 그것에 너무 집착하며 과몰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천천히 생각하며 나는 조용한 새벽 길가를 걷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에 빠져있는 와중에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곧 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직 앙상하게 남아있는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왼쪽 나무와 오른쪽 나무의 나뭇가지들끼리 서로 맞닿아 있었기에

내게는 두 나무가 서로 싸우고 있는 모양새처럼 보였다.

마치 수사슴 두 마리가 서로 뿔을 맞대며 싸우고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나는 나뭇가지가 걸쳐져 있는 위쪽을 바라보면서 계속 전진하고 생각했다.

'저러다가 봄이 찾아온다면 나뭇잎이 스무스하게 피어오를 수나 있을까'하는

어찌 보면 마치 자손들을 다 키우고 집에 홀로 남은 영감님 같은,

이제는 코로나 시대라 텅 비어있지만 노인정에서 시간이나 죽치고 있는 노인네나 할 법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확실히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로 실소가 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나뭇가지를 바라보는데 거기서 조금 놀랐다.

사실 나뭇가지는 서로 맞닿아있지도 않았고, 두 사이의 간격이 꽤 큰 편이었다.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서 망상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방향성을 가진 선과 선 사이가 만들어내는 벡터 공간.

시각이 전달해주는 정보는 2차원 평면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가 3차원 입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명암과 다른 감각 기관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라는 것.

실은 다른 감각 기관이 존재한다면 더 고차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기에 3차원이라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좌표계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느꼈다.

진리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친숙한 곳에 있지만, 말 그대로 '진리'이기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진리는 단순하고 명쾌하며 간결하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내가 잊고 지나쳐버린 소중함이란, 그러한 것들이 아니었을까.

복잡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너무나 단순해서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보였어도 내가 피했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것일까.

내게 그동안 부족했던 것은, 남들과의 시각의 차이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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